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반도체 업황보다는 대외 경제적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면서 반도체 가격과 실적만 고려한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314조5420억 원, 영업이익 59조3559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2%, 15% 증가한 규모다.
SK하이닉스도 매출 55조9250억 원, 영업이익 16조6125억 원의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영업이익은 34%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일본 키옥시아 낸드 오염 이슈 등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2분기 낸드 가격의 상승 반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D램의 업황 반등도 예상대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기에 진입하는 3분기 이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출하 증가 효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사상 최대 실적 예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큰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힘겹게 7만 원선을 오가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1~13만 원 박스권에 갇혔다. 삼성전자의 최근 한 달 주가 수익률은 -5.8%고, SK하이닉스는 -6.15%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들 반도체 기업이 호실적 예고에도 부진한 주가흐름을 보이는 이유로 대외 경제변수를 꼽는다. 주가가 반도체 업황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인플레이션과 미·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변화, IT 수요 등 경기 선행 지표들에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 주가 전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미국 정부의 긴축 강도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강도가 꼽힌다. 이에 따라 경기 선행 지표들이 크게 변하고, 이를 후행하는 3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과 실적이 커다란 차이를 보일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소재 공급 문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도 걸림돌이다. 이는 미·중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 정책을 제한할 수 있다. 아울러 유동성 억제 정책에 따라 IT 수요 증감률도 급락할 수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머징 시장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외국인들의 비중이 높은 시가총액 1위 업체이고, 경기·수요에 민감한 IT 세트 제품도 판매중이어서 경기 선행 지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반도체 가격, 실적만을 고려한 삼성전자 투자는 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덧붙였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영업실적 성장세가 뚜렷하나 높아진 자기자본에 비해 순이익 개선의 폭이 크지 않아 연간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폭은 과거 턴어라운드 시기에 비해 작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