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전면 봉쇄하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
매일 공장 가동 중단과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공급망 혼란 등 제로 코로나를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도 심각하다. 수출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지표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초로 다시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로 코로나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사회 불안도 조성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봉쇄로 인해 식량난까지 벌어져 주민이 굶주림을 호소하고 원시시대처럼 물물교환하며 연명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군인과 경찰은 항의하는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여전히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사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은 10일 보고서에서 제로 코로나를 중단하면 1억 명 이상이 감염되고 사망자는 160만 명으로 미국보다 50% 더 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많은 노인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또 중국 사람들이 맞은 백신은 현재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입증된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백신이 아니라 물백신으로 악명 높은 자국산이다.
올가을 당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이 이런 악몽 같은 상황이 펼쳐질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제로 코로나를 펼치는 과정이 잘못됐다. 지금은 ‘위드 코로나’로 나아가고 있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등도 중국과 비슷하게 엄격한 방역정책을 취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도 이렇게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시 주석은 제로 코로나를 서구와의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도구로 삼았다. 코로나 극복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자신의 3연임 또는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고 중국의 시스템이 미국 등 서구권보다 우월하다고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봉쇄로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가 쑥대밭이 되고 베이징도 시시각각 불안이 커지는 지금 이런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할 수 있다. 나라 전체의 문을 꽁꽁 닫아버리는 중국보다 더한 정책을 펼쳤던 북한도 현재 코로나19가 퍼져 난리다.
시진핑의 위험한 도박은 제로 코로나 정책만이 아니다. 미국 안보 전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프레드릭 켐프 회장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략적 브로맨스’를 배가하기로 한 결정은 시진핑 집권 9년 중 가장 위험하고 근시안적인 도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의 군사적 철수나 실패 또는 정치적 축출을 초래한다면 시 주석의 운명도 위태로울 것이라고 켐프 회장은 경고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도 “시진핑의 통제가 포괄적이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푸틴이 실패하면 그 여파로 중국 당내에서 리더십을 재고할 필요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면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도 진지하게 이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과연 시진핑의 집권을 연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당대회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3연임을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이 단지 3연임만 하려고 위험한 도박들을 펼쳤을까. 궁극적인 목적인 장기집권이었을 텐데 당대회에서 자신의 후계자가 새롭게 떠오르거나 과거의 집단 지도체제가 부활하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후진타오나 장쩌민 전 주석도 많은 과오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이 시진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장기집권 야욕에 중국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도박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지금 당장 위험한 도박을 멈추는 것이 중국은 물론 그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baejh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