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삶이 팍팍해지면서, 국민이 대출 줄이기에 나섰다. 대신 안전한 정기 예금 등으로 돈을 옮기는 모습이 뚜렷하다. 소비 심리도 하락하는 등 국민의 생활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조5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 대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한 분기 동안 8조1000억 원 또 불었지만, 증가 폭은 12조7000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같은 기간 9조6000억 원이나 줄었다. 작년 4분기(-9000억 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한 데다 규모도 2003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가장 컸다.
반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6일까지 정기예금 잔액은 671조5185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0조8786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 폭(1조1536억 원)의 9배를 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유동성이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 역시 오르고 있어 앞으로도 예·적금 수요 증가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현재의 소비 개선세가 단기에 그칠 우려도 감지된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6으로 4월(103.8)보다 1.2포인트 내렸다.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물가 상승세 지속,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4개 지수가 하락했다. 현재생활형편(89)과 향후경기전망(84)이 전달보다 각각 3포인트 하락하고 생활형편전망(93)과 가계수입전망(98)도 각각 1포인트씩 하락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소비심리 하락은 현재 상황 인식 및 향후 전망 악화 때문”이라며 “고물가 상황 속 금리 인상 지속으로 소비자들의 현재 상황 인식이 개선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