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이하 WTO) 각료회의가 5년 만에 열린다. 각국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어려운 통상 환경 속에서 주요 의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각료회의를 통해 다자무역질서를 복원하자는 노력을 전할 예정이다. 각료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MC-12 각료선언문 채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2차 WTO 각료회의(MC-12)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각료회의는 WTO 164개국 통상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본래 2년마다 개최됐으나, 코로나19로 두 차례 회의가 연기되면서 5년 만에 개최됐다.
한국 정부에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164개국 통상장관은 12일 개막식부터 4일간 식량 위기와 농업, 팬데믹, WTO 개혁 등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각료회의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세계 통상 질서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각국은 WTO를 통해 전 세계적 공급망 차질과 식량 위기 상황 속에서 식량안보와 공급망을 안정화하자는 대화를 나눌 전망이다.
또 최근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이 있는 상황에서 WTO의 역할을 논의한다. 세부적으로는 식량안보와 코로나19, 수산보조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각료회의에선 MC-12 각료선언문 채택 여부도 중요하다. 미국이 IPEF를 중심으로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가운데, WTO가 전통적인 다자무역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번 2017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때 MC-11에선 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다.
문제는 러시아에 대한 규탄 여부다. WTO 내에선 러시아에 대한 규탄 발언이 계속됐고, 러시아가 회의에 참석하는 걸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WTO는 정상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수산보조금 협상 문제도 시선을 끈다. 2001년부터 논의된 수산보조금 협상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못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산보조금 제약 의무를 면제하는 특혜의 대상과 기간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상태다.
수석대표로 참석한 안 본부장은 각료회의를 통해 WTO 기능의 정상화를 주장할 전망이다. 또 무역질서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WTO 다자무역질서 복원을 위해 노력하며 국익 극대화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