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1도 신경안쓰는 회사”, “분통 터진다”, “동학개미 죽창을 들 때”
DB하이텍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투자 토론방에는 실망감이 쏟아졌다. 가뜩이나 약세장에 접어든 국내 증시에 제2의 LG에너지솔루션사태가 일어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가 올해 3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이어 주식매수청구권, 공시 강화 등 대안을 내놨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직접 지분 확보 등 단체행동이 나선 것도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해 물적분할을 근본적으로 저지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 주주들의 우려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당시 상황과 겹쳐진다. 당시 LG화학 주주들은 물적분할 모회사의 주주로서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하는 만큼, 모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의 투자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실제로 70만 원대였던 LG화학의 주가는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40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물적분할 후 상장’을 포함한 지배·종속관계 모자회사의 상장이 근본적으로 모자회사의 가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물적분할과 모자기업 동시상장의 주요 이슈’에 따르면 기업가치 측면에서 물적분할 쪼개기상장을 비롯한 모자기업 동시상장은 양쪽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동시상장 모자기업 중 상장 직전 시점부터 상장 후 3년까지 총 5년간 기업가치를 온전히 산출할 수 있는 모회사 64개를 분석한 결과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 후 기업가치가 낮아졌다.
표본 549쌍의 기업가치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모회사의 기업가치 평균은 1.07로 자회사 기업가치 평균 1.81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대응되는 자회사의 기업가치로 나눈 기업가치 비율도 평균 0.73으로 동시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신규상장한 자회사에 비해 27% 낮았다. 동시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 평균도 2.12로 일반 신규상장기업의 2.71에 비해 차이가 컸다.
정부가 소액주주들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보호안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꼽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물적 분할 시 결정에 반대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가 배제됐던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을 회사에 팔고 나올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상장사는 비용 부담이 커져 소액주주 보호에 더욱 전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논리다.
아울러 정부는 물적분할 자회사가 모회사와 중복 상장할 경우 모회사가 주주보호를 위해 얼마나 충실하게 노력했는지도 심사할 예정이다. 주주보호 노력이 미흡할 경우 상장을 제한하는 안도 유력하게 추진 중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해당 안들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태스크포스(TF)와 국회에서도 딱히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은 데다 해외에서도 도입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또 다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는 ‘신주우선배정권’의 경우 도입이 이르다는 지적이 많아 당장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신주우선배정권은 물적분할된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살 기회를 우선 부여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고, 실무적으로도 자회사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들을 확인·확정하는 절차가 현 인프라 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안의 효과를 우선 살핀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