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투데이에 “최근 컬리는 2조 원대 초반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FI들도 컬리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이는 지난해 말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 IPO)로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2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인정했던 4조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늦게 투자를 단행한 FI들은 본인들이 판단한 가치보다 컬리가 낮은 가격에 상장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IPO에 반대할 수 없는 처지다. 컬리가 상장하지 못하면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히면서 신사업, 연구개발 등에 투자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현재 적자를 보고 있는 컬리가 흑자 전환을 도모하기 쉽지 않다. FI 입장에서는 컬리가 IPO를 하지 않고 영업손실을 누적하는 것보단, IPO를 통해 투자금을 일부 건지는 편이 나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FI들이 손실을 보고 IPO에 동의한 사례가 많다”며 “기업은 IPO를 통해 시설투자자금을 마련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앞서 22일 컬리는 5개월 만에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이 과정도 쉽진 않았다. 거래소가 김슬아 컬리 대표가 낮은 지분율로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승인이 늦어졌다. 컬리가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5.75%(지난해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통상 거래소는 20%가 경영 안정성을 위한 최소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컬리는 주요 FI의 우호 지분 20%를 확보하고 상장 후 최대 2년간 이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보호예수확약(락업)을 걸어 문제를 돌파했다.
기업 밸류에이션 측정도 컬리의 또 하나의 산이다. 쏘카의 사례를 본 컬리는 초반부터 공모가를 적절히 산정하면서 고평가 논란을 피해갈 여지도 열려있다. 앞서 쏘카는 공모가를 기존 하단(3만4000원)보다 17.6% 낮춰 상장했음에도 따상은커녕 공모가(2만8000원)보다 6.07% 하락한 2만6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금 시장은 기업의 미래보다는 현재 가치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면서 적자 기업에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제주맥주는 상장 직전 연도 8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상장 첫날 공모가(3200원)보다 53% 높은 4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컬리 관계자는 “이제 막 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기업 가치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주관사와 상의해 좋은 타이밍을 잡아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