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공행진을 해온 세계 식량가격이 2분기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이 떨어지면서 4분기부터는 국내 수입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급증하는 환율과 주요 수출국의 가뭄 등에 따른 작황 부진이 변수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달 140.7포인트에서 1.9% 내린 138포인트로 집계됐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해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20년 100포인트 후반에서 지난해 130포인트까지 올랐다.
상승세를 타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로 무섭게 치솟았다. 올해 3월에는 159.7포인트를 기록하며 1996년 지수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식량가격지수는 4월 158.1포인트 이후 5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 증가와 전쟁 이후 각국에서 추진했던 수출 규제의 완화, 코로나와 전쟁으로 막혔던 수출길의 회복 등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147.3포인트에서 1.4% 내린 145.2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밀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의 생산이 양호했고,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 수출 재개 등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유지류는 전월 대비 3.3% 하락한 163.3포인트로 나타났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의 수출 규제 완화, 동남아시아의 지역의 산출량이 늘어나면서 5개월째 하락했고, 해바라기씨유와 유채씨유도 공급량 회복에 따라 가격이 내렸다.
가금육과 소고기, 분유와 버터 등의 공급량 증가가 전망되면서 육류와 유제품도 각각 1.5%, 2.0% 하락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수입가격도 내려갈 전망이다. 국제가격은 보통 3~4개월 이후 수입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10월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환율 상황과 수출국의 작황 부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주요 수출국 작황 개선,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 우크라이나 수출 재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6월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유럽과 미국에서의 가뭄 지속 등 작황 불확실 요소도 상존하고 있어 관련 동향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분과 사료 등 국내 관련 업계도 "올해까지 사용 물량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고, 추가 물량을 확보하는 중으로 단기적 수급문제는 크지 않다"며 "환율 상승과 주요 수출 국 작황 등에 대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