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남긴 또 다른 상처는 바로 '트라우마'입니다. 누군가의 가족이 세상을 뜨면서 마치 내 가족이 희생된 듯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것인데요. 특히 희생자가 10대와 20대에 집중돼 이를 바라보는 또래 연령대도 ‘간접 외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도움을 받아 살펴봤습니다.
먼저 교육 당국은 이태원 참사 피해 학생에 대해 심리 상담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러나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두 곳 중 한 곳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원이 학교의 또 다른 업무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기존 상담 교사들의 역량에 비해 업무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교육당국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금의 10대들은 코로나 세대를 겪고 이태원 참사를 바로 접한 세대인데요.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또래들이 집단으로 비극적인 일을 당한 현실에 1020세대들은 ‘2차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 위원장은 “코로나에서 바로 이태원 참사로 이어진 세대라 불안 레벨 등 불안 수준이 다른 세대보다 더 높다”며 “이미 취약성을 가지고 있어 트라우마의 충격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미디어에 다른 세대보다 더 노출되는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등 수능 직전 멘탈 관리에 방해되는 SNS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또 개인뿐만 아니라 수험생 가족 구성원 모두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대처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학회는 '마음의 CPR'(심폐소생술)이라 불리는 안정화 기법을 권합니다. 평소에 화가 나거나, 불안감이 엄습할 때, 초조함이 압박할 때에도 안정화 기법을 쓰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안정화 기법으로 크게 △심호흡 △복식호흡 △착지법 △나비포옹법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호흡은 스트레스 반응으로 생기는 불안과 고통을 가라앉힙니다. 복식호흡도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냅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숨을 내쉴 때 꺼지게 하는 호흡입니다. 나비 포옹법은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측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이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두드리는 방법입니다. 착지법은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고,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끼는 것인데요,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이 집중합니다.
백종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번 사고를 겪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끔찍한 영상을 보고 영향을 받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상담 전화로 의료 지원을 안내받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전문의 등 100여 명을 투입해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1000여 명을 상대로 심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심리지원단은 사상자가 있는 각 병원 및 장례식장, 분향소 등 현장에 상주하며 전화로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심리지원 핫라인 연락처는 ☎1577-0199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