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복지 공약은 다양했지만, 필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더 촘촘한 복지를 제공하고, 기초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급여액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며, 저출산 대응과 양육지원을 위해 아동 출생 후 1년간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약자복지’로 명명되고 있는 첫 번째 공약은 재정 건전성을 지키며 꼭 필요한 계층에 선별적 복지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보수의 정체성에 부합한다. 두 번째 기초연금액의 인상은 상당한 재정의 부담을 초래하지만, 노인 빈곤의 완화라는 명분과 전체적인 연금개혁과 연동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서 그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그런데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보편적 부모급여이다. 소득이나 재산 기준을 따지지 않고 정액의 현금급여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공약이 과연 보수정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을 가졌다. 박근혜 정부 때의 기초연금처럼, 아마도 실제 시행이 늦어질 것이고 시행이 되더라도 상위소득계층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2023-2027)’은 이러한 필자의 예측에서 벗어나 있었다. 부모급여는 2023년 1월부터 당장 시행된다. 0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월 70만 원, 1세 영아의 경우 월 35만 원이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된다. 2024년에는 급여액이 각각 월 100만 원, 월 50만 원으로 인상되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 충실히 이행될 예정이다.
부모급여가 갖는 의미와 효과는 작지 않다. 우리에게는 매우 선진적인 육아휴직제도가 있지만, 고용보험체계 안에 운영되고 있어서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이 많을 뿐 아니라 자영업자나 전업주부에 대한 지원은 아예 불가능하다. 또 육아휴직급여의 상한액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월 150만 원으로 고정되어 고소득자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유인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 30만 원 정도였던 영아수당이 부모급여로 대체되어 월 100만 원까지 인상되면 부모가 직접 아동을 양육하는 시간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경우 실질적인 급여액이 250만 원으로 증가하고, 자영업자와 전업주부들 역시 아동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부모급여만으로 저출산의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지만, 사회보험이 아닌 정부재정으로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구현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매우 크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야심 차게 추진했던 기초연금이 선별적 복지로 축소된 것을 다시 떠올린다면, 윤석열 정부의 부모급여는 보수정당이 주도하고 시행하는 첫 번째 보편적 현금복지라는 기념비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제 보편적 복지가 국민의힘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었다. 2012년 대선 당시 기초연금 공약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대표가 서구 복지국가의 역사를 언급하며 ‘복지는 보수가 하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