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경제 희망키워드 ②인플레이션 완화] "서민 장바구니 직격탄"… 한은은 지금 물가와의 전쟁 중

입력 2023-01-03 06:00 수정 2023-01-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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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1-02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인플레는 국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
중앙은행 유동성 회수 위해 금리인상
0.25%p ↑ 대출이자 3조3000억 원씩 늘어나
인플레 정점론 속 미국 금리인상 변수로
가계 소비여력 고려해 '속도조절론'도

(그래픽=손미경 기자)
(그래픽=손미경 기자)

"금리보다 물가다"

한국은행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해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던 한국은행은 올해도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돈을 풀어야 하는데, 또 돈줄을 죈다니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경기 회복력 강화를 위해선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올해 상황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기세등등했던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국제유가·곡물가격 등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라는 최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끌어내리기 총력전…"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잡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같은 돈을 벌어도 예전보다 서민들의 주머니 속 사정이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으며, 심각할 경우 민심 이반을 불러오게 한다.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소리 없는 도둑'이라 지칭하며, 이 도둑을 잡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물가를 잡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려 있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공급망 불안과 미국 달러화 강세 등도 어려움을 가중 시켰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중앙은행들은 그만큼 강력한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중앙은행들은 시중에 돈이 더 풀리지 않도록 아예 문을 걸어 잠그는 식의 대응에 나섰다. 이른바 '관문착적(關文捉賊, 문을 닫아걸고 도적을 포획하라)'의 전술로 금리를 대폭 인상해 시중의 돈줄을 막아버린 것이다.

선봉에 나선 것은 미국으로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무려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았다. 한은도 이에 질세라 다섯 차례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인상)과 두 차례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2021년 8월 이후 두 차례 단행된 베이비스텝까지 고려하면 1년 3개월 새 무려 기준금리는 2.75%포인트나 올랐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한 고금리 정책이 대출금리 상승이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64%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 5월(5.66%) 이후 1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통계치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따라 꾸준히 오르며 금융당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가계대출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달 대비 소폭 하락한 연 4.74%를 기록했다. 전달 주담대 금리는 연 4.82%로, 2012년 5월(연 4.8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7.85%로, 넉 달 연속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기업 대출 금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 금리는 연 5.67%를 기록하며 2012년 6월(5.30%)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대출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르면서 차주들의 부담 역시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상승 폭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 원이 늘어난다.

2021년 8월부터 작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총 2.75%포인트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6조 원을 훌쩍 넘기게 되는 셈이다. 1인당 이자 부담은 약 180만4000원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도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금리 인상기조 지속"

그럼에도 성과는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을 것이라는 ‘정점론’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세가 3.5%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3.6%로, KDI는 3.2%로 전망했다. 3%대 물가상승률도 낮지 않은 수준이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대를 웃돌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최악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도 물가를 잡기 위한 고삐를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물가가 확실히 잡힐 때까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국제유가·곡물가격 등이 낮아지는 등 물가에 하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나,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기준금리는 올해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3.50%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최종금리 수준이)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0%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3.50% 안팎이 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3.7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뿐 아니라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미국 정책 금리 수준이 변수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2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미 연준도 올해 역시 기준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것이란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해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설문 결과인 '분기별 경제전망'(SEP)을 언급하면서 "SEP에는 없다"라고 단언하며 "가장 극심한 고통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실패에서 나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준이 지난해 말 점도표에서 전망한 대로 금리를 올린다면 올해 기준금리는 5.00~5.25% 수준이 된다. 만약 한은이 기존 예상대로 3.50%까지 올린다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까지 확대된다. 그렇게 되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은 연준과 독립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없다"며 "미국 정책금리가 내년에도 오른다면 한국도 한두 번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일으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현정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가 지속되고,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증가세 둔화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치솟는 물가 상황을 충분히 살피면서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지 않도록 성장 회복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경기 위축 방지를 위해서는 인상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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