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요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이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자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다만 상장 철회 행진 속에도 오아시스가 상장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모주 펀드 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3조51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설정액이 7조0357억 원에 달했던 1년 전보다 50.01%(약 3조5188억 원) 빠졌다. 1년 사이 펀드 설정액이 반 토막 난 셈이다.
최근 한 달간만 해도 공모주 펀드의 설정액은 5.78% 감소했다. 지난달 16일 3조7653억 원이었던 설정액에서 2000억 원 넘게 유출됐다.
공모주 펀드의 자금 유출세는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진행된 지난해 1월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자금이 유출됐다.
특히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서재 등 다수의 기업이 상장을 취소하며 공모주 펀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IPO를 추진하다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은 13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주식시장이 각종 외적인 변수에 의해 부진했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추진 기업들이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공모 철회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년 사이 가장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펀드는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으로 1690억 원 넘게 유출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은 △다올KTB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851억 원) △웰컴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제3호(838억 원) △웰컴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제2호(781억 원) 등도 유출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이 연초부터 불투명해지면서 공모주 펀드는 더욱 시들해진 상황이다. 새해 초 현대삼호중공업에 이어 새벽배송업체 컬리가 4일 상장을 철회하면서 공모시장 분위기가 저조해진 탓이다.
다만 신선식품 물류 기업 오아시스가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점이 IPO 시장의 흥행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아시스가 설립 이후 줄곧 흑자 경영을 유지 중인 점을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IPO 시장이 일부 회복되면서 공모주 펀드에도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 부진 등으로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오아시스는 안정적인 사업성이 뒷받침되다 보니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