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제외한 모든 부문서 마이너스 수익률”
중국발 인플레·지정학적 긴장에 올해 전망도 밝지 않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GPFG 운용기관인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 관리처(NBIM)는 이날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약 1조6400억 크로네(약 203조 원) 규모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투자수익률로 따지면 마이너스(-) 14.1%에 달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1990년대 후반 설립된 이후 지난 25년간 연평균 6%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손실폭이다.
사실상 손실액으로 따지면 역대 최악의 성적이다. 직전 최악 성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의 6330억 크로네 손실액이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두 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다만 2008년 당시 수익률이 -23.31%였다는 점에서 역대 최악의 수익률 기록은 바뀌지 않았다.
투자 부문별로 살펴보면 주식 투자수익률이 지난해 -15.3%로 가장 컸고, 채권 부문은 -12.1%를 기록했다. 반면 비상장 부동산은 0.1%, 비상장 재생에너지 인프라 부문은 5.1%를 각각 기록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매년 1조 크로네 수익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니콜라이 탕엔 NBIM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치솟은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이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식시장의 모든 섹터가 에너지를 제외하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1억3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1990년대 노르웨이 북해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하기 위해 설립됐다.
탕엔 CEO는 향후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70개국 9000개가 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숨을 곳이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즉 그만큼 투자 익스포저 범위가 넓다는 뜻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 세계 상장 주식의 평균 1.3%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로이터에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면서 “봉쇄 조치가 해제된 중국이 소비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정학적 긴장도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기 투자관점에서 단기 손실을 딛고 장기적으로 가능한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역대 최악의 손실액을 기록했지만, 펀드 전체 자산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반사 효과 때문이다. NBIM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노르웨이의 석유와 가스 부문 수입이 급증하면서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펀드 규모 자체가 축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르웨이가 ‘전쟁 수혜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