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Broad AI가 한국사회에 주는 세 가지 실익

입력 2023-05-16 05:00 수정 2023-05-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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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충격과 여진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 일자리의 변화와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를 비롯해 오픈AI의 타나 엘룬두와 동료들은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인 GPT-4나 생성인공지능으로 인해 기존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조심스럽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경청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회요인 탐색, 미래사회 주도 가능

기술실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은 한편으로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벙커를 마련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주장의 일부 논거는 과거 데이터를 참고했다는 점에서, 벙커의 뒷벽을 두껍게 했으나, 전면부의 두께는 얇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멈춰서는 안 된다.

필자는 앞서 일반인공지능이라는 먼 목표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좁은 인공지능 혹은 약(弱)인공지능과 일반인공지능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인공지능 분야의 명저인 ‘마스터 알고리즘’을 쓴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는 최근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인공지능이 등장할 시기를 10년 이후 1000년 이내라는 상징적 주장을 했다.

과학 철학자인 대니얼 데넷 교수는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주장으로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경제적 타당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어떻든 현재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등의 상황에서 보면 일반인공지능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 그런데 좁은 인공지능과 일반인공지능 사이의 틈새는 꽤 넓다. 한두 개의 비약적 발전으로 그 틈새를 건널 수 없다.

좁은 인공지능이란 하나 혹은 몇 개의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일반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 혹은 동물 수준 정도로 다양한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그림을 읽고, 시를 쓰며, 코딩하고, 변호사 시험을 보는 GPT-4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좁은 인공지능은 아니다. 다수의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간 수준의 다양한 지적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GPT-4의 논리력은 낮으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정도의 메타 인지 능력은 없으며, 새로운 지식을 만들 능력도 없다.

압축성장 벗고 거시안목 갖출 수도

좁은 인공지능보다는 다수의 지적 작업을 수행하나 일반인공지능까지는 되지 못하는 것을 넓은 인공지능이라 한다. 좁은 인공지능과 일반인공지능 사이에 5개의 층과 층마다 20개의 계단이 있다고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반드시 일반인공지능이 위치한 7층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다.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7층 높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6층은 비경제적이라 하더라도 2층과 5층까지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논의할 부분이 있다.

넓은 인공지능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일종의 넓은 인공지능 지표를 개발할 수 있다. 이들 지표는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등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넓은 인공지능의 지표에 따른 단계를 개발하면, 각 단계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추세(trend)와 징조(weak signal)를 광범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

이는 세 가지의 실익을 가진다. 첫째, 넓은 인공지능 달성도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및 과학기술 영향도를 전망할 수 있다. 이는 미래위험과 기회요인을 사전에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넓은 인공지능 성숙도에 대응한 거시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한국 사회를 현재의 성공으로 이끈 신속 추격전략은 우리에게 지독한 근시 문화를 나았다. 넓은 인공지능 성숙도 모델은 적어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높은 도수의 근시 안경을 벗을 기회를 준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가 이들 작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면 글로벌 인공지능 분야를 어느 정도는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넓은 인공지능인 GPT-4에 거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 등장 추세, 뉴런과 실리콘을 결합한 반도체 등장으로 인한 징조는 한국사회가 큰 시각으로 보고 잰걸음으로 기민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것을 강요한다. 높은 산에 올라 호연지기로 바라보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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