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7개 부문 노미네이션!”
지난해 국내 1000만 관객으로 크게 흥행한 '아바타: 물의 길', 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7관왕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이 모두 이런 홍보 문구를 썼다. 미국 현지에서 발표한 후보 지명 원문의 영어 동사 ‘노미네이트’, 명사 ‘노미네이션’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해당 시상식의 권위까지 고스란히 옮겨오고 싶은 마케팅 성격이 내심 담긴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의아한 건 백상예술대상이나 대종상영화제와 같은 한국 토종 시상식의 수상 후보 지명 소식을 전할 때도 ‘노미네이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 시상식에는 관습적으로 영어로 된 표현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생긴 탓인지, 그럴 연유가 없는 곳에서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소식을 받아쓰는 일부 언론의 기사에서 ‘노미네이트 된…’과 같은 외계어가 파생된다는 점은 더욱 공교롭다. 후보로 지명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어 동사 ‘노미네이트’(Nominate)에 다시 우리말 동사 ‘되다’를 덧붙인 형태로 문법적인 계보를 찾을 수 없는 표현이다.
이때 ‘후보 지명’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면 쓰는 사람도 간편하고,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헤어질 결심’이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지명됐다’거나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우리말로 풀어 표현한다고 해서 그 작품의 가치가 절하되는 일이 생기지 않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