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텔레그램으로 옮겨붙는 사교육 ‘풍선효과’

입력 2023-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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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경 사회경제부 기자
▲손현경 사회경제부 기자

대통령 말 한마디에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현장이 대혼란이다.

수능 시험에 공교육 외 출제를 금지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여기엔 사교육 시장을 약화시키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교육은 정상화돼야 한다. 교권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도 공교육이 사교육만 못한 것이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에 ‘수능 5개월 남기고 대통령이 할 소린가’, ‘그게 될 것 같은가’ 등과 같은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더해져 교육현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실제 고3 교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치동 학원가 등 사교육 업체들은 달라질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며 ‘준킬러문항’ 설명회를 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공정수능’에 잠 못 이루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을 교묘히 파고드는 것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불법 사교육 행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암암리에 옮겨가고 있다.

문제는 텔레그램 속에서 불법 금전거래도 오고 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입시정보 소통을 내세운 텔레그램 ‘핑프방’과 자료 공유 등 금전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소수방’ 회원 수는 각각 13만5000여명과 1900여명으로 드러났다. 특히 ‘소수방’에서는 학습 파일을 불법 공유하는 데 상업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역대 정권이 사교육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교육 시장은 어떤 교육정책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존재해 왔다.

교육부는 2주간 사교육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오는 26일엔 ‘공정한 수능 방안’과 사교육 대책을 연달아 내놓는다.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압박할수록 ‘핑프방’, ‘소수방’ 같이 음성적인 불법 자료 유통 행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올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무게가 다르다. 정부가 킬러 문항 배제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공언한 만큼 이번 기회에 빈틈없는 사교육 대책이 마련되고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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