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클도 발암물질 ‘2B군’이라는데…아스파탐, 얼마나 위험?[이슈크래커]

입력 2023-07-05 15:53 수정 2023-08-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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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대체해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진 인공 감미료로 최근 유행하는 ‘제로’가 붙은 무설탕 음료와 무설탕 캔디, 과자 등에 쓰이고 있는데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달 중순쯤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은 아스파탐 함유량이 적어 일일섭취허용량(ADI)만 지킨다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건강을 위해 제로슈거 제품을 찾던 이들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포심을 갖기 보단 실제 아스파탐이 암 발병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지 연구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번지는 ‘제로포비아’? 아스파탐 뭐길래

최근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트렌드와 함께 MZ세대를 중심으로 ‘제로’ 열풍이 불었는데요. 아스파탐이 발암 물질로 지정 예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스파탐 거부 움직임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까 긴장하고 있는데요.

아스파탐과 같은 인공감미료는 인간의 필요로 개발됐습니다. 설탕 대부분은 사탕수수에서 얻게 되는데 사탕수수는 지력을 고갈시켜 넓은 땅이 필요하고 노동 집약적인 산업으로 많은 노동력이 확보돼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단맛을 포기할 수 없던 사람들은 인공감미료 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사카린이 탄생했는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아스파탐은 사카린 등장 이후 1965년 위궤양약을 개발하던 미국의 제약회사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1974년, 일본에서는 1983년, 한국은 1985년 3월에 각각 식품첨가물로 지정됐는데요. 현재도 약 200여 국에서 식품첨가물로 지정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설탕의 단맛을 1이라고 한다면 아스파탐은 200 정도를 나타내는데요. 때문에 가공식품 제조시 설탕 양의 200분의 1만 넣어도 동일한 단맛을 낼 수 있어 저칼로리 감미료로 인기가 높습니다. 현재 국내에선 음료인 콜라부터 막걸리, 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단맛을 내기 위해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로 지정할 것을 예고하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막걸리 업계는 그간 발효주인 막걸리의 맛을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첨가해 왔습니다.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을 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 등 다른 대체재로 변경한다는 입장이지만, 첨가물을 변경할 경우 기존과 같은 맛을 내기 쉽지 않아 고충이 크다고 합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주로 사용되는 막걸리의 경우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건데요.

‘제로’를 강조했던 식품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펩시 제로를 유통하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글로벌 본사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웰푸드·오리온·크라운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 3사도 주요 무설탕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는데 아스파탐이 극소량 들어 있는 제품에 있어서는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현재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은 아스파탐 함유량이 적어 인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국제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체중 70kg의 성인의 경우 아스파탐 2.8g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기준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은 ADI 기준치 내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 재평가 ADI대비 국민전체 섭취량 비교 결과 아스파탐의 경우 0.12%로 집계됐습니다. 식약처는 ‘1일 허용량 이내로 먹는다면 안전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중 35kg인 어린이가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mg 함유)을 하루에 33캔 이상 매일 마셔야 감미료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0여년 쓰여온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2B군’ 의미는

이에 아스파탐이 진짜 위험한 물질인지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IARC는 각종 환경 요소의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군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담배, 석면, 다이옥신, 벤조피렌, 가공육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음 단계인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로 붉은 고기, 고온의 튀김, 질소 머스터드, 우레탄, 살충제(DDT) 등이 해당하는데요. 1군과 2A군, 2B군이 암과 관련있는 물질입니다.

아스파탐은 2B군에 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2B군은 ‘사랑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우리가 잘 아는 절임채소, 피클, 젓갈, 고사리 등이 해당합니다. 2B군은 인체 관련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인데요. IARC는 1990년 커피를 2B군으로 분류했다가 2016년 제외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WHO의 공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세부 사항을 확인해 관련 규정을 확정할 방침인데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스파탐이 체내에서 분해되면 페닐알라닌이 생성되기 때문에 페닐케톤뇨증 환자의 경우 아스파탐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페닐케톤뇨증은 필수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돼 혈중페닐알라닌 농도가 높아지는 선천성 대사질환을 말합니다. 페틸케톤뇨증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표시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식약처는 아스파탐에 대한 국내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14일 IARC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 위해성 자료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다른 나라 움직임도 예의주시하며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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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피하기 보다는, ‘섭취량’ 조절이 관건

물론 IARC 기준이 항상 국내 기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IARC가 2015년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각각 발암 위험물질 1군과 2A군으로 분류했을 때도 식약처는 검사를 진행했지만 국내 기준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아스파탐을 과도하게 섭취하지만 않으면 안전할 것이라는 견해는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널리 공유돼왔지만 최근 발암 가능성에 대한 추가연구가 나오면서 안전성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공포를 갖기 보다는 실제 아스파탐이 암 발병과 연관이 어느 정도 있는지 연구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B군’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크게 걱정하기 보다는 ‘섭취량’ 조절이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YTN 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외선도 1군에 속하지만 우리가 자외선 없이 살 수는 없다. 즉 1군이 2A나 2B군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 아닌 빈도에 의해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접촉하고, 사용하고, 먹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교수는 “우리가 가공 인공감미료든 또는 천연 단순정제당이든 둘 다 과하면 인체에는 어떠한 형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발암에 관련된 부분은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정보 부분으로 인공감미료도 당뇨로부터는 100%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홍혜걸 의학박사도 과도한 공포심 조성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홍 박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술 마시거나 소고기 먹으면서 공포심을 갖지 않는다. 1이 위험하면 1만큼 조심하고 100이 위험하면 100만큼 조심하면 된다”면서 “의도를 갖고 위험성을 부풀리는 이들에게 이용당하지 말자”고 당부했습니다.

14일 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식품첨가물 전문가회의(JECFA)도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지나친 과신도 지나친 불신도 경계를 해야 합니다. 발암물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 뿐만 아니라 노출 빈도입니다. 즉 그렇게까지 위해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자주 먹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인데요. 다음주 발표되는 아스파탐 2B군 발암 가능 물질 지정 방침과 함께 발표되는 섭취 기준에 따라 앞으로 단맛을 즐기는 방법을 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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