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20일 주민등록연앙인구를 분석한 결과, 16개 시·도(세종 제외) 중 최근 20년간 20·30대 남자 100명당 여자 수가 늘어난 지역은 서울뿐이다. 2002년 96명에서 지난해 104명이 됐다. 대구·경기·경북에선 10명 이상 줄었다. 시·군·구별로 강원 인제군은 남자 100명당 여자가 58명에 불과했다. 모든 남녀가 1대 1로 짝을 이룬다면, 남자 42명은 상대가 없단 의미다.
성비 불균형은 비혼·만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부부 중 한쪽이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시·도 간 결혼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혼인율 회복을 위해선 시·도 내 결혼이 늘어야 하는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선 결혼적령기 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서울·부산·대구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40대 여성의 혼인 미경험률(생애미혼율)은 지난해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40대 남성은 20%를 웃돌았다. 서울에서 집값 등 경제적 문제가 비혼·만혼의 주된 이유라면, 나머지 지역에선 여자 부족이 주된 이유다.
서울 외 지역에서 성비가 무너진 결정적인 이유는 젊은 여성들의 유출이다. 지난해 1년 동안만 3만 명 넘는 20대 여성이 지방에서 서울로 순유입됐다.
지방의 젊은 여성들이 서울로 향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교육 측면에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른 지 오래고, 여성들의 취업 행태도 바뀌었다. 가족관계, 자아실현 등에 대한 가치관도 최근 20년간 급변했다. 하지만, 서울 외 지역들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노동시장은 중공업 등 제조업과 건설업, 농림어업 중심이고, 일·생활 균형 여건은 미흡하다. 일부 지역은 지역 기간산업 붕괴 등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고용뿐 아니라 주거·문화·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기반이 악화했다.
서울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몰리는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다. 인적 속설별로 서울에 유입되는 젊은 여성의 상당수는 대졸자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오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미혼율이 오른다. 결국, 40대 이상에선 고졸 이하 남성과 대졸 이상 여성이 미혼 상태로 남게 된다. 이런 교육수준 미스매치는 남녀 모두의 혼인 가능성을 낮춘다.
한국 사회에서 혼인은 출산의 전제로 여겨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 중 97.0%는 혼인관계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이런 점에서 혼인율 반등 없이는 출산율 반등도 어렵다. 지역별 성비 불균형은 혼인율 반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정책에서 성비 문제는 빠져있다. 대부분 조선업, 뿌리산업, 건설업 등 지역 주력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주는 방향이다. 이는 여성 취업자들의 수요와 거리가 멀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여성 취업자 중 제조업 종사자는 10.8%에 불과했다. 건설업은 여성 취업자 비중이 가장 작은 산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