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확대 자제 지시에
기업대출 21% 늘리며 사업 확장
대기업 중심 안정적 수익 창출
중기 2.2조 대출 지원·금리 우대
‘기업금융’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KB국민은행은 올해도 지속해서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 수익의 중추인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부문이 확고한 시장 지위를 지켜나갈 수 있으려면 현장과 본부의 긴밀한 소통과 ‘패스트 스타트(Fast Start)’를 위한 영업동력 유지 등 현장 세일즈 파워 강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현장 세일즈 강화다. 이 행장 역시 직접 발로 뛰며 영업력 강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노력은 특히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은행 간 기업금융 경쟁 속에서 빛을 발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확대 자제 요청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133조5132억 원이었던 기업대출 잔액은 2021년 12월 말 148조6092억 원, 2022년 12월 말 162조6091억 원으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이달 17일 기준으로 169조49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만 6조4000억 원 이상 늘리며 5대 시중은행 중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가계대출이 작년 12월 말 166조35억 원에서 이달 17일 기준 163조3042억 원으로 2조6993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 우려에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실태 현장점검을 예고하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도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력을 높인 영향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부실 리스크가 비교적 적은 대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방안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중 대기업대출 비중은 2020년 12월 말 14.6%에서 2021년 12월 말 16.2%, 2022년 12월 말 18.2%까지 높아졌다. 올해도 이달 17일 기준 20.6%까지 오르면서 작년 말보다 2.4%포인트(p)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 비중을 높인다고 해서 중소기업대출에 힘을 뺀 것도 아니다. 국민은행은 17일 기준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134조1615억 원으로, 작년 12월 말(133조359억 원)보다 1조1256억 원 늘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고금리,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560억 원 규모의 특별출연에 나서기도 했다. 올 한 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총 560억 원의 특별출연을 통해 총 2조 원의 협약 보증서를 공급하고, 이를 담보로 약 2조2000억 원의 대출을 지원한다.
국민은행은 수출기업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기업대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에 맞춰 국민은행은 수출기업 우대상품에 8600억 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기존에 지원해온 수출중소기업 및 해외진출기업에 잠재 수출기업을 대상에 추가하면서 36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보증비율 100%에 보증료율을 3년간 0.2%p 차감하거나 2년간 0.3%p 차감해 준다. 금리는 최대 1.0%p까지 우대한다.
‘KB 수출기업 특별대출 상품’도 신설해 5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부신용등급 BB+(소호는 5등급C) 이상으로, 수출계약이나 수출용 원자재 구입 등 수출 관련 자금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최대 1.0%p까지 우대해준다.
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수출환어음을 매입하는 경우 할인율을 1.5%p 인하한다. 수출입은행이 재매입을 약정한 경우 1.5%p에 수은 재매입금리 감면율(0.1~0.2%p)을 더한 만큼 인하해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대출 비중을 늘려 전반적인 반사이익도 있었다”며 “중소기업에는 원활한 금융지원을 통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