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설치 대수 성동구 226대·노원구 65대
“CCTV 설치 우선순위 정해 사각지대 메워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잇따른 범죄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범죄 예방과 사후 조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CC(폐쇄회로)TV가 자치구별로 많게는 3배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CTV 설치도 명확한 설치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각 자치구의 재정 상황에 기대는 측면이 많아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내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지난해 기준 총 8만5대로 나타났다. 이 중 CCTV 대수로만 따져보면 강남구와 종로구는 3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내 자치구 중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강남구로 총 6495대가 설치됐다. 반면에 종로구는 1812대에 그쳐 강남구와 3.5배 차이가 났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은평구(4103대), 관악구(4029대), 성북구(4014대), 구로구(4013대) 순으로 CCTV가 많았다.
CCTV가 가장 적은 종로구(1812대)를 포함해 도봉구(1994대), 중구(2026대), 노원구(2284대), 동작구(2404대), 금천구(2498대), 마포구(2500대), 용산구(2531대) 등은 CCTV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면적(㎢)당 CCTV 설치 대수를 따져보면 자치구 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서울시 전체 평균은 132대이지만, 평균에 못 미치는 자치구도 10곳이나 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동구가 226대로 가장 많았고, 중구(225대), 중랑구(214대), 양천구(213대), 구로구(200대)가 그 뒤를 이었다.
면적당 CCTV가 가장 적은 곳은 65대로 집계된 노원구였다. 이어 서초구(69대), 강서구(76대), 종로구(78대), 송파구(85대), 도봉구(99대) 등이다. 가장 많은 곳인 성동구와 노원구를 비교하면 3.5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CCTV 설치 대수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비용, 강력 범죄 건수, 민원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CCTV 한 개소를 설치하는 데는 보통 2500만 원가량이 들어간다. 자치구의 재정 상황에 맞춰 안전 관련 예산을 어느 정도까지 배정하느냐에 따라 CCTV 설치 여부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CCTV가 범죄 유형이나 건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별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절도·폭력) 발생 건수는 중구가 인구 1000명당 21.7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종로구(17.6건), 강남구(11.4건), 영등포구(10.4건) 순이었다. 구에서도 자체적으로 범죄 유형이나 건수도 고려하지만, 명확한 기준보다는 재정 상황에 따라 CCTV를 설치하다 보니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CCTV 대수 격차를 좁혀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가 많이 설치된 구는 예방 효과로 범죄율이 떨어졌다고 쳐도 상대적으로 CCTV가 적은 구에서 범죄가 발생했다면 결과적으로 서울시 내에서 범죄가 이전된 효과라 볼 수 있다”며 “CCTV가 범죄 예방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격차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CCTV 설치에 있어 꼭 필요한 데부터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특히 범죄 발생률이나 112 신고 건수, 가로등의 유무 등의 조건을 따져 우선순위에 따라 CCTV의 설치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