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면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을 의식해 정책 테이블에 올려놓기 힘들었을 텐데 유럽은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국부동산소유자협회는 “사적 재산을 빼앗는 정부의 폭력이다.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을 짓는 게 최선”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강제임대 제도는 2014년부터 법률로 규정돼 있다. 사용되지 않는 자산을 주택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도 “강제임대는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뺏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집주인은 그 지역의 해당 유형 중간값보다 최대 30% 높은 임대료를 받게 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 마르셀루 소자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강제 임대와 민박업 규제 논의 과정에서 여야의 합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주택’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의회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 법안의 시행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집권 사회당은 다음 입법회기 때 이 법안을 승인한다는 계획이고 의회에서 다시 의결되면 대통령은 공포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악화로 어려움을 겪던 포르투갈은 2011년부터 3년간 ‘구제금융’ 시기를 거쳤고 이 기간 신규주택 공급은 차질을 빚었다. 이후에도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노동력 부족, 느린 인허가 행정으로 주택건설은 속도를 내지 못했는데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주택공급의 발목을 잡다 보니 ‘강제 임대’라는 특단의 대책이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주변엔 몇 년째 공사 중인 아파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건물은 2년이 넘도록 벽과 기둥만 자리 잡고 있다. 간혹 서너 명의 인부들이 작업을 하는 게 보일 뿐이다. 이렇게 공사가 더디다 보니 시장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 포르투갈의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상생활의 3대 요소는 의·식·주라고 하지만 시간과 비용, 파급력에서 주거문제는 난제 중에 난제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지켜본 터라 포르투갈의 부동산 문제가 남 일 같지 않다. 코임브라(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