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고용률, 역대 최저 실업률 등 양적 고용지표의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확대되고 있지만, 이 중 고용보험 등을 적용받는 ‘제도권 취업자’는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다.
16일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34만6000명 늘며 3개월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다. 고용률은 63.3%, 실업률은 2.1%로 각각 10월 기준 역대 최고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직(계약기간 1년 이상)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상승 모멘텀이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고용시장은 돌봄수요 확대 지속 등에 따라 서비스업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 지속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상용·임시직) 증가 폭은 34만2000명으로 4개월 연속 축소됐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에선 고용보험 가입자 중 일용직과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소정근로시간 주 15시간 미만 상시·임시직 등이 제외된다. 민간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높은 일종의 ‘제도권 취업자’다. 취업자 증가 폭 확대에도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증가 폭이 축소됐단 건 취업자 증가분의 상당수가 ‘비제도권 취업자’임을 뜻한다.
특히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증가분의 3분의 1은 외국인이다. 고용허가제 외국인(E-9, H-2)에 대한 고용보험 당연가입 효과로 올해 들어 외국인 가입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상당수는 기존에 ‘고용동향’상 취업자에는 포함돼 있었으나, 고용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던 외국인이다. 이를 고려하면, 취업자가 늘어나지 않아도 고용보험 가입자는 늘어나야 하는데, 반대로 취업자 증가 폭이 확대되는 상황에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은 축소되고 있다.
고용부의 다른 통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된다.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른 사업체 종사자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축소됐다. 사업체노동력조사 표본에선 고정사업장이 없는 사업체(하도급자) 등에 고용된 취업자, 가구·가정에 고용된 취업자, 창업 준비 중이거나 장기 휴업 상태인 사업체에 고용된 취업자가 제외된다. 고용보험 가입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최하단을 제외한 차상위 이상 취업자다.
흐름만 보자면 고용의 ‘양’은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그 속도에 못 따라가는 모습이다. 주된 배경은 여성·노인 중심의 취업자 증가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증가분 34만6000명 중 24만9000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성별로는 91.9%에 해당하는 31만8000명이 여성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고용보험 신규 취득이 불가하며, 여성은 주된 취업처가 보건복지 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저임금 서비스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장년 남성 고용시장은 포화상태이고, 노동공급 부족으로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취업자 총량은 늘고 있으나, 질적으로 생산성이 오르기는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