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4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 1년을 맞아 “이제 정부가 지역과 현장의 문제를 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현장이 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소수의 전문가나 이해관계자의 결정이 아닌 다양한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현장의 의견을 모아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집단지성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인천남동공단 내 비즈니스센터 회의장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경과보고를 겸한 현장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은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규제·처벌 중심의 산업재해 예방체계를 자율규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노·사가 자율로 마련한 자체 규범을 활용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 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장관은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장관계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속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시행 이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자 수는 9월 말 현재 459명으로 전년 대비 51명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부 기업에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와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올 한해 우리가 해온 일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그간의 이행상황을 재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개선하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전날 고위 협의회에서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50인(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분하는 법이다. 정부는 법 개정 추진과 함께 이달 중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종합 지원대책을 마련·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