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
"현 제도 실효성 제고와 기업 인센티브 강화해야"
우리나라는 모성보호제도가 OECD 나라 중에 상위권에 있음에도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인구재앙 앞에 와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속적인 제도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력단절 방지와 저출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은 미흡했다는 평가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런 내용을 담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여성과 남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의 기간과 급여를 종합적으로 국제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보장 수준이 높다고 분석했다.
출산전후휴가(12.9주)와 여성 육아휴직 제도(52주)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제도의 보장 기간은 64.9주다. 휴가·휴직 급여가 평균 소득을 대체하는 급여지급률은 52.4%이다. 보장 기간과 급여를 모두 고려해 평균소득의 100%를 보장하는 기간으로 환산 시(이하 완전유급기간) 34주로, OECD 38개국 중 16위를 차지했다.
완전유급기간 기준 우리나라의 여성 휴가·휴직 보장 수준은 독일(9위), 일본(14위), 스웨덴(15위)보다 낮았으나, 프랑스(24위), 영국(34위), 미국(38위)보다 높았다.
또한, 남성 휴가·휴직 제도 역시 상위권이다. 배우자 출산휴가와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합산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제도의 보장 기간은 54주, 급여지급률은 46.7%이다. 평균소득의 100%를 보장하는 완전유급기간은 25.2주로 OECD 38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경총은 이런 좋은 제도 속에도 우리나라는 경력단절 방지와 저출산 극복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20여 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의 기간, 급여 수준 등이 빠르게 확대됐다. 2002부터 2022년간 출산전후휴가 급여 수급자는 약 3배(2.3만 명→7.3만 명), 급여는 약 13배(226억 원→3028억 원) 늘었다. 이 기간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도 약 35배(4000명→13.1만 명), 급여는 500배 이상(31억 원→1조6572억 원) 증가했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소폭 늘었다. 2022년 출생아 부모 중 2022년 육아휴직 사용률(잠정치)은 30.2%로 여성은 70%, 남성은 6.8%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대비 전체는 11.6%p, 여성은 12%p, 남성은 6.2%p 증가한 수치이다.
하지만 30대 고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여성 경력단절 현상(M자 커브)은 지속됐다. 이는 육아휴직을 쓰면 일정 기간 경력을 인정 못 받았다는 얘기다. 실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한 사람은 15~52세 중 17%를 차지했는데, 이들 중 40% 이상이 경력 단절 사유로 '육아'를 꼽았다.
경력단절 사유 중 ‘육아’라는 응답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근로자가 느끼는 육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자녀가 많을수록, 자녀가 어릴수록 경력단절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자녀 양육과 경제활동 병행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는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는 등 저출산 상황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이에 경총은 "경력단절 최소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해 현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함께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하며, 기업은 가족친화경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총은 "과도한 모성보호제도 확대는 오히려 근로자 경력단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육아휴직 등 제도 사용률이 제고되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강화하는 한편 시간선택제,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로제를 확산시켜 휴가·휴직에 편중된 제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가족친화 제도 및 문화가 우수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등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은 우수인재 유인책 및 구성원 동기부여 방안으로 가족친화경영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