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를 잘 아는 기업은 없습니다.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꾸준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6년간 신약개발 한길을 걸어온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결실을 맺을 때라며 성공 가능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엔티파마는 1998년 뇌과학, 약리학, 안과학, 세포생물학 분야 교수 8명이 뇌졸중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설립했다.
곽 대표는 “시작부터 뇌졸중,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설립됐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간 임상을 꾸준히 진행했고 이제 출시가 눈앞에 왔다. 신약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길만 팠다. 우리가 개발했기에 누구보다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문제가 발생해도 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엔티파마가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은 사람의 장애 발생 및 사망의 주요 요인으로, 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질환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낸 제품은 많지 않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치료제 개발이 가장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는다.
곽 대표는 “설립 당시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뇌질환 분야였고, 약이 없는 뇌졸중과 치매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임상을 진행하다 보니 일부는 제품으로 출시됐고, 다른 파이프라인도 곧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심정지 치료제 ‘넬로넴다즈’가 대표적이다. 넬로넴다즈는 국내 최초 심정지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지엔티파마는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 후 코마(혼수) 상태의 심정지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넬로넴다즈의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2019년 식약처로부터 심정지 후 뇌 손상을 막는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에 지정됐고, 2020년 희귀질환 신약개발 과제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의 지원도 받았다.
곽 대표는 “뇌졸중이나 심정지 후 발생하는 뇌세포 손상의 주원인인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 독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 뇌신경세포 보호 약물”이라며 “세계적으로 심정지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넬로넴다즈가 출시되면 국내 최초로 연간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크리스데살라진’ 임상시험도 본격화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정식 승인한 레켐비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이지만, 지엔티파마의 크리스데살라진은 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크리스데살라진은 2022년 미국 FDA로부터, 2023년 식약처와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루게릭병 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곽 대표는 “그간 많은 기업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Aβ)’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며 “아밀로이드 때문에 뇌신경세포가 죽고, 인지기능장애가 생긴다는 가설은 허점이 너무 많아 틀렸다고 생각한다. 아밀로이드베타는 뇌세포를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리스데살라진은 동물 모델 임상시험에서 기억을 되찾게 했다.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곽 대표는 “회사가 오래되다 보니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있어 다소 시간이 걸렸다. 다른 바이오기업이 기술이전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품목허가를 받고 제품을 직접 판매한다. 분명한 비즈니스 플랜이 있는 만큼 상장에 성공할 것”이라며 “바이오 (투자)혹한기 시기에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있다”고 미소지었다.
성과에 대한 확신도 분명하다. 곽 대표는 “이제는 몰아붙여야 할 때다. 약에 대해 자신이 있어 26년 넘게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계속 나와 포기할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 뇌졸중, 치매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우리는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