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투자에 잘 활용하려면 현재 경기 위치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아울러 경기특성을 제대로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 주도주나 위험에 대한 힌트가 모두 경제 현상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몇몇 경기 속성들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는 ‘유동성’과 관련된 경기특성과 그 파급 효과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1개 선진 중앙은행들의 자산규모(돈을 푼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5조 달러가 늘었는데 이 중 약 절반에 가까운 12조 달러(1경6000조 원)가 2020년 이후 증가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규모는 2022년을 피크로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23조 달러로 코로나 이전의 16조 달러에 비해 44%나 팽창해 있는 상태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늘어난 연준(Fed)의 보유자산과 미국 총통화의 50%와 42%가 코로나 시국에 증가했고 아직 그 규모가 건재한 걸 보면 자산시장에서 돈의 위력이 여전히 센 게 분명하다. 이처럼 전세계를 떠도는 뭉칫돈은 경기가 심하게 꺾이지 않는 한 자산시장에 계속 땔감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대선이 있어 유동성 환경은 시장에 우호적이다. 과잉통화는 그간 모든 자산을 급하게 끌어올렸지만 그로 인해 반대의 큰 상처도 남겼다는 사실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경기특성은 ‘기술혁신’인데 이는 지금 증시호황과 가장 밀접하다. 2020년 3월 팬데믹 때를 바닥으로 순항 중인 세계경기는 큰 틀에서 보면 ‘4차 산업혁명’이란 대주제 아래 놓여 있다. 당분간 혁신기술이 투자와 소비를 이끌고 이들 첨단산업이 경기를 중심에서 이끌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이를 활용한 여러 혁신기업들(adapters)이 성장 엔진 역할을 할 것이다. 기술이 주도하는 경기는 역동성이 강하고 전통 재고순환으로는 설명이 잘 안될 것이다. 또 모든 산업이 고루 성장하기보다는 쏠림이 심할 것이다.
세 번째 짚어 볼 경기특징은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위험요인의 상존이다. 나라마다 기업부채나 가계부채도 많이 늘었지만 전 세계 공히 국가부채가 특히 급증했는데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작년까지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공공부채는 평균 40%포인트(p)나 뛰었다. 일본(87.5%p)이 단연 으뜸이고 미국(57%p), 중국(50.3%p)도 국가부채가 크게 늘었는데 각국 정부가 너나할 것 없이 코로나 때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재정 곳간이 비어 있는 나라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경기가 약해지거나 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터졌을 때 정부 대응력이 취약함을 뜻한다. 중국이 작년부터 부동산 쪽에서 신용경색의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부채이슈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지금 세계경제와 증시호황의 이면에 부채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공존하고 있어 경기와 증시가 힘을 잃으면 이들 부채의 민낯이 표면에 드러날 위험이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3가지 경제 키워드, 즉 ‘유동성,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한 증시 호황, 잠재된 부채위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돈이 마르지 않고, 혁신기업들이 경기와 증시를 견인하고 부채도 적절히 잘 관리된다면 호황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약해지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결국 모두 힘이 빠질 것이다.
그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증시가 과열되면 될수록 그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 컨디션은 서로 연결돼 있고 지금은 그 금융여건을 증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약해지고 부채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 금리인하는 더 이상 호재가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므로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증시 호황 뒤에 다가올 일을 항상 예의주시 하면서 비상구 위치를 파악하고 파티를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