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정책 피해자, 가해자는 박민수 차관”…집단 고소 나선 전공의들

입력 2024-04-15 13:20 수정 2024-04-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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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곳은 의사협회뿐”…병원협회·의대 교수 측에는 불신 표명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정근영 분당차병원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집단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1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정근영 분당차병원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집단 고소하고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사직 전공의 1360명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집단 고소했다.

전공의들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폭압적이고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보며 수련 후에도 이 나라의 의료에 더는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접수한 고소장에는 박 차관뿐 아니라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피고소인으로 포함됐다.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료계 혼란과 박 차관의 언행이 전공의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고소의 주된 취지다.

정근영 분당차병원 사직 전공의는 “박 차관은 이번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주도하면서 초법적이고 자의적인 명령을 남발했다”라며 “근거가 부족하고 현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오롯하게 존중받아야 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을 짓밟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하며 의사들에게 모멸감을 줬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 사직 전공의는 “박 차관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젊은 의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다”라며 ”그런 사고방식을 우리는 전체주의라고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 차관은 카데바를 수입하고, 의대끼리 공유하게 한다는 말로 젊은 의사들의 마음을 짓밟고 시신 기증자의 고귀한 뜻을 도구화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번 고소는 개인 자격의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전공의는 “3일 동안 전국에서 1360명의 사직 전공의들이 참여했다”라며 “고소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부의 서슬이 퍼레 불이익이 두려워 차마 고소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는 동료들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병원 업무에 복귀하기 위한 전제 조건에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뿐 아니라 박 차관의 경질도 추가됐다. 정 사직 전공의는 “윤석열 대통령은 박 차관을 조속히 경질해달라”라며 “박 차관 경질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은 앞으로 의협이 주도적으로 정부와 협상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했다. 정 사직 전공의는 “지금까지 교수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너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병원으로 돌아와라’라고 설득하는 자세만 보여주고 있다”라며 “그런 태도를 봤을 때 교수들은 중간 착취자라는 말에 공감했고 믿을만한 곳은 의협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병원협회(병협)와는 한 뜻을 모으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했다. 병협은 12일 제65차 정기총회에 박 차관을 초청해 축사를 들은 바 있다. 정 전공의는 “박 차관이 참석해 웃고 있는 행사 사진을 보고 굉장한 배신감을 느꼈다”라며 “병협은 더는 믿을만한 집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병협은 아예 빠진 채 의협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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