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뜨자 주주환원정책 공시 38% 증가 [밸류업 결핍과 과잉](상)②

입력 2024-07-08 16:25 수정 2024-07-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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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주주환원 위한 중장기 배당‘ 강화…하반기 경제정책 추진 과제는 변수

▲유가증권 기업 주주환원 및 소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유가증권 기업 주주환원 및 소통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글로비스 등은 한국 간판 기업들이 ‘성장 인센티브’확대에 나섰다. 주주환원정책뿐 아니라 경영진 등 이사 보수 한도 하향, 기업설명회(IR) 등 방법도 다양하다.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할 때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시장과 재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적극적인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을 주문한다.

정부가 이사회에 대한 소송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재계의 숙원인 ‘배임죄 폐지’ 카드를 내놓고,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같은 세금 이슈도 꺼냈지만 정치권의 논리에 발목 잡혀 한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들 중장기 배당정책 강화 공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공시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 등의 내용을 담은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은 6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45건) 대비 37.8%(17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를 통해 향후 3개년 배당정책을 담은 ‘주주환원을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시했다. △전년 대비 배당금 최소 5% 상향 △배당 성향 최소 25% 이상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주환원 정책 기대감에 이달 들어 주가가 12% 상승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에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하고, 매년 9조8000억 원을 정규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LG전자는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에서 ‘향후 3년간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으로 배당성향을 상향했다. 또 올해부터 반기 배당을 진행하며 연간 최소 1000원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올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완료 후 50%를 소각하고, 3분기 누계기준 재무 목표 달성시 50% 추가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7월 들어서도 에이피알이 상장 4개월여 만에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는 등 주주환원정책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에이피알은 향후 3개년간 매해 현금배당을 포함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통해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국내외 기업설명회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상반기 ‘기업설명회(IR)개최(안내공시)’는 900건으로 전년 동기(812건) 대비 10.8%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NDR(Non-Deal Roadshow)을 실시했다. HD현대그룹은 현대마린솔루션, 현대건설기계, 현대인프라코어, 현대미포,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현대일렉트릭 등 주요계열사가 단체로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IR을 진행했다.

사외이사 ‘물갈이’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업 강화에 중점을 두고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신임 이사로 선임하고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재선임했다. 조혜경 한성대학교 인공지능(AI) 응용학과 교수도 신규 선임했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사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추가로 생긴 자리에 여성 사외이사를 포진시켰다.

▲한국거래소는 31일 서울사옥에서 이사장 주재로 코스피 대형 상장기업 12사의 전략·재무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피 대형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상장기업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31일 서울사옥에서 이사장 주재로 코스피 대형 상장기업 12사의 전략·재무담당 임원 등을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피 대형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다섯번째)과 상장기업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제공 한국거래소)

여야 대립 속 불안한 밸류업

증권가는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는 7~8월과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11~12월 밸류업 모멘텀이 재차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도 이를 계기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주주환원정책 강화 등 밸류업 공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53%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며, 이 중 17.8%가 공시시기를 3분기로 택했다.

하인환·김지우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행정부가 주도했다면, 하반기에는 입법부로 그 주도권이 넘어갈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코스피 성과를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 중”이라며 “기재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후 예산안과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11~12월쯤 밸류업 모멘텀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입법부의 의결과 재정 수지 문제 등을 고려해 세법개정안이 나오더라도 밸류업 패시브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초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상장법인의 주주환원 확대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세법 개정 사안으로 입법부 의결이 선결되어야 하는 점”이라며 “격화되고 있는 여야 대치의 정국도 문제고, 세제 지원에 다른 부족한 세수 보충 방안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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