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병원·의원 요양급여비용(의료수가)에 환산지수 차등화가 도입된다. 모든 의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환산지수 인상률이 낮아지고, 야간·휴일 진료 등 보상이 커진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박민수 2차관 주재로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병원·의원 환산지수 결정’을 의결했다. 의료수가로 불리는 요양급여비용은 개별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단가),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의 곱으로 계산된다. 상대가치는 개편 주기(5~7년)가 길어 사실상 환산지수 인상률이 수가 인상률로 여겨진다.
건정심은 이날 회의에서 병·의원의 환산지수를 각각 82.2원으로 1.2%, 94.1원으로 0.5%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건강보험공단 제시 인상률인 병원 1.6%, 의원 1.9%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나머지 인상분을 상대가치와 연계해 일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의원에 대해선 초진·재진 진찰료를 4% 인상하고, 병원에 대해선 수술·처치·마취료 야간·공휴일 가산과 응급실 응급의료행위 가산을 각각 50%에서 100%로, 50%에서 150%로 확대한다. 또 의원급에 적용하는 토요일 가산(진찰료의 30%)을 병원급에도 적용한다.
앞서 병·의원은 환산지수 차등화에 반발해 수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공단 제시 인상률을 고려해 건정심에서 최종적으로 병·의원 환산지수를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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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모든 의료행위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환산지수 인상률이 행위 간 보상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환산지수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상대가치를 연계했다. 특히 고가 장비를 활용하는 검체·영상 검사 등은 인적자원 투입 강도가 높은 수술·처치보다 상대가치가 고평가돼 있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환산지수가 인상되면 행위 간 보상 격차가 커진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그간 진료비 비중이 큰 병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됐는데, 수년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2021년 병원과 의원 간 수가가 역전됐다.
이번 환산지수 결정에 따라 야간·공휴일에 진료하는 병원과 소아청소년과 의원 등이 상대적으로 큰 보상을 가져갈 전망이다.
박 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의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제가 절대적인 비중을 갖고 있는데, 오늘 위원회 논의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의 두 축을 이루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해 합리적인 수가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편, 환산지수 ‘10% 이상’ 일률적 인상을 요구하며 환산지수 차등에 반대해온 개원가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논평에서 “전체적인 재정 증가 없는 수가체계에서 쥐꼬리만 한 인상분을 놓고 의료계 내의 분열과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고, 이로 인한 의료체계의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한 의료의 파탄과 국민건강의 위해는 오롯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