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 투매, 매수 기회로 여겨”
솔로몬 “美 침체 없을 것…가을 1~2회 인하 예상”
WSJ “침체 위험 커졌지만 연준 끊어낼 시간 있어”
미국 월가의 큰손들이 2년 만에 최악의 폭락을 맞았던 뉴욕증시에서 냉정을 유지한 채 주식을 저가 매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골드만삭스 집계에 따르면 초보 투자자들이 전날 폭락장 속에서 보유 자산을 무차별적으로 투매하는 동안 헤지펀드들은 3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개별 주식을 매수했다. JP모건체이스는 기관투자자들이 하락장 동안 140억 달러(약 19조2934억 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분석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업체 피보탈패스의 조너선 캐플리스 대표는 “많은 헤지펀드가 시장 매도세를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현재의 문제를 상장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미국 경제 전체의 장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맥스 고크만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솔루션 수석 부사장은 “갖고 싶었던 디자이너 가방이 10% 할인된 것을 보는 것과 같다”며 “자신에게 거래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 트레이더들이 폭락장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는 사실은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티브 마소카 웨드부시증권 매니징디렉터는 “주식시장이 과민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본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솔로몬 CEO는 주식시장 폭락의 촉매제가 된 7월 고용 지표에 대해서는 “끔찍한 성적표는 아니었다”며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약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증시 변동성과 관련해 “매우 강력한 상승 국면을 거쳐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건전한 것일 수도 있다”며 “매우 크고 매우 의미 있는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솔로몬 CEO는 시장이 기대했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 깜짝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9월 이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다”며 “현재 입수 가능한 경제 데이터와 미국 금융 당국의 메시지에 따르면 가을에 한두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렉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경제 담당 수석 논설위원도 “미국 경제가 실업률 상승, 주식시장 하락, 채권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경기침체 징조가 나타나면서 위험이 커졌지만, 아직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준에 경기침체 과정을 끊어낼 시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 침체는 스위치처럼 껐다 켜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주택, 자동차 등 금리 영향을 받기 쉬운 소비가 활발해져 기업의 설비 투자를 촉진하고 주식시장의 투자 심리가 개선되기 때문에 침체 사이클의 진행을 멈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황은 경기침체 예측으로 유명한 ‘삼의 법칙’에 들어맞아 시장의 공포를 초래했지만, 취업자 수나 산업생산, 실질소득 증가율 등 다른 지표는 여전히 좋다.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창안한 법칙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값이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을 때 경기침체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