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중·일 매출 늘었지만 미주 감소세...‘더크렘샵’ 지분 소송전도
국내 뷰티업계 양대 산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해외 시장 다각화를 위해 시도한 인수·합병(M&A) 성과가 차츰 드러나고 있다.
3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중화권 외 서구권과 아시아권 매출이 늘며 점차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미미해 대조적이다.
21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 681억 원과 영업이익 75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0% 상승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매출이다. 미주 매출이 108% 증가하고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매출은 339% 늘었다. 기타 아시아 지역 역시 활발한 신규 브랜드 진출과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로 매출이 52%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도 설화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고, 일본에서도 라네즈와 프리메라 등이 선전하며 매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은 2021년 신규 성장동력으로 인수한 중소 화장품 업체 '코스알엑스'의 호실적 덕분이다. 코스알엑스는 2013년 출범한 스킨케어 브랜드로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에서 주로 제품을 판매하며 140여 개국에 진출한 업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과 더불어, 서구권 매출 비중이 높은 코스알엑스 실적이 들어오면서 서구권 매출이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국내와 중국에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아모레퍼시픽은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유망 중소 업체들을 인수해 왔다. 코스알엑스 외에 2022년 9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브랜드 '타타하퍼'도 품었다.
중국 외 시장에 주력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중화권(중국·대만·홍콩)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비중을 줄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반적인 실적까지 하향세인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올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중화권 누적 매출은 20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3410억 원 대비 40% 역성장했다. 비중은 12%에서 7%로 축소됐다. 3분기 매출은 976억 원으로 전기 1077억 원 대비 9%, 전년 동기 1476억 원 대비 34% 각각 감소했다. 비중은 전기 12%에서 10%로 작아졌다.
LG생활건강도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2020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2019년 미국 화장품 업체 '뉴 에이본'의 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 사업권을 인수했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색조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2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을 65% 사들였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에서 인기 많은 국내 색조 브랜드 '힌스'도 인수했다.
잇단 인수합병에도 LG생활건강은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1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4% 줄어든 1061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1423억 원)를 밑돌았다. 당기순이익은 735억 원으로 19.4%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해외 매출이 46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중국 매출은 12% 증가한 1539억 원, 일본 매출은 10% 증가한 961억 원이었다. 그런데도 LG생활건강은 중화권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분기에만 북미에선 매출(1253억 원)이 16% 역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을 겨냥해 더페이스샵, 빌리프, CNP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으나, 사업 효율화 영향이 지속하며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했다. 여기에 더크렘샵의 경우 남은 지분 인수 액수를 두고 LG생활건강과 기존 대표가 이견을 보이면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 청구하는 등 소송전도 벌여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에 북미 시장으로) 변화 방향은 맞으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수익 채널의 매출 하락, 아직 정상 이익 체력이 아닌 채널·지역으로의 투자 확대로 화장품 부문의 수익성이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