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주장하는 소득안정형 연금개혁을 추진하면 미래세대는 더 가난해지고, 현재 기성세대는 무책임한 부모세대가 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이 이끄는 재정안정 측 연금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24일 서울 중구 동국대 덕암 세미나실에서 ‘정부 연금개혁안 평가 및 세대 상생을 위한 연금개혁 방향’을 주제로 ‘국민연금 다 함께 살리기’ 6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연금연구회를 대표해 정부 개혁안을 평가했다.
김 교수는 “연금연구회는 정부 연금개혁안의 세 가지 원칙인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정성, 그리고 노후소득보장에 근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자동조정장치 도입, 보험료율 연령대별 차등 인상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소득대체율 42% 달성을 위한 수지균형보험료율(20.7%)에 못 미치는 보험료율(13%)을 제시한 점, 기금운용 수익률 1%포인트(P) 제고 목표에 정치적 위험성을 간과한 점, 기초연금 40만 원 일괄 인상은 제도의 본질을 벗어난 점, 향후 연금개혁 동력을 약화할 우려가 큰 지급보장 명문화를 제시한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세대의 노후 보장을 문제 삼아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등 온갖 곁가지를 다 끌어와 본질을 흐리면 그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이 늘어나고 개혁은 더 큰 진통이 따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 개혁안에 따른 미적립부채를 분석했다. 정부 개편안이 시행돼도 2090년 후반 기금 소진이 예상되며, 올해 암묵적 부채도 82.5%에서 64.4%로 소폭 하락에 그친다. 그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청년세대와 미래세대도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개혁안을 수용하되, 장기적으로 추가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요지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외면한 소위 ‘소득보장파’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재정씀씀이를 유지하면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2070년 192.6%에 달할 것이며, 기금 소진 이후 국민연금 재정적자를 국가가 부담한다면 280%를 넘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소득보장 확대에 따른 연금 재정적자를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다는 소득보장파의 주장은 미신에 가까울 정도로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세대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김찬혁 청년은 “현 정부 안에서 소득대체율을 더 높이자고 하는 방안은 자녀세대를 가난하게 만들며 기성세대를 무책임한 부모로 만들어 버리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연금연구회 청년회원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청년들은 현재와 미래에 걸쳐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되지만, 안정적이고 공정한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 전략적인 연금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