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피곤하고,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근감소증은 생각보다 많이 겪고 있고, 모든 노인성 질환의 첫 도미노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감소증이 당뇨·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과 낙상 등 노인이 겪을 수 있는 질환의 시작을 알리는 질병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원 교수는 “근감소증 초기에는 근력과 근육량만 줄지만, 보행능력을 상실하면 모든 병의 근원이 된다. 당뇨가 생기고 혈압이 오르며 뼈도 약해져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치매도 빨리 온다. 결국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면서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대한근감소증학회 회장을 역임한 원 교수는 국내 노쇠·근감소증 진료와 연구를 선도하는 노인의학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노쇠·근감소증 진단 기준 설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세계노쇠·근감소증학회(ICFSR) 학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노쇠·근감소증 의학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원 교수는 “초고령사회의 노인성 질환인 근감소증은 일상생활 수행장애를 일으켜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키고, 사회 참여도를 낮아지게 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일상생활에서 근감소증 진단과 치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사망 원인 5위인 낙상의 주원인이 근육감소다. 또 근육퇴행으로 인한 기초대사율 저하로 대사성 질환의 유병률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3~5배 증가시킨다.
실제로 근육량은 주로 40대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나이가 늘어남에 따라 속도가 붙는다. 장년기부터 연간 1%가 넘는 근육이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65세 이상에서 근감소증 유병률은 약 10% 이상, 80세 이후에는 최고 50% 이상으로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의 지방량 증가는 대사성 질환에 대한 위험을 높이고, 골격계 감소는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근육감소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인식해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원 교수가 책임연구자로 참여한 한국노인노쇠코호트 연구를 보면 집에서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 남성은 5명 중 1명, 여성은 6명 중 1명이 근감소증으로 의심된다. 노인 인구 1000만 명과 시설 생활을 하는 노인 수 등을 감안하면 대략 200만 명 이상의 국내 근감소증 환자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원 교수에 따르면 △12초 동안 5회 의자에서 일어날 수 있나 △9개들이 배 한 상자(4.5㎏)를 들어 나를 수 있나 △10개 계단을 쉬지 않고 오를 수 있나 등 질문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근감소증 여부를 진단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육량 정밀검사를 위해 이중 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EXA)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체성분분석기 등을 활용한다. 근력 측정은 악력계를 이용해 남성은 26㎏, 여성은 18㎏ 이하면 근력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한다.
근육감소를 예방하는 방법은 운동이다. 원 교수는 “100~120개의 계단 오르기를 한다면 제법 괜찮은 근력 운동이 될 수 있다. 집에서는 고무밴드를 활용해 근육 운동을 하거나 스쿼트를 하면 좋다”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기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노인의 건강을 유지하려면 근감소증에 관심을 두고 초기에 발견해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