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이 2년 연속 2.0%로 추정됐다. 특히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잠재성장률은 최근 5년간 0.4%포인트(p) 떨어져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에 추월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의 역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다. 2020∼2021년 2.4%였던 잠재성장률은 2022년 2.3%, 2023년 2.0%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과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기관마다 추정 모형이 다르지만 주로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은 반등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020~2021년 1.9%에서 2022년 2.0%로 소폭 상승한 뒤 지난해 2.1%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잠재성장률이 내림세를 보인 한국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미국 잠재성장률(2.1%)은 한국(2.0%)을 추월했다. 잠재성장률 통계가 산정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잠재성장률은 올해도 2.1%로 추정돼 한국(2.0%)보다 높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나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활발한 게 양국의 잠재성장률 역전 현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3674만 명)에서 2072년 45.8%(1658만 명)로 급감할 전망이다.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의 비율)는 2024년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홍콩(158.4명)과 푸에르토리코(119.3명)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구조 개편이 더디고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약한 편이다. 반면 미국은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점이 잠재성장률 역전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외에도 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도 최근 잠재성장률이 오르는 추세다. 영국은 2020년 0.9%에서 2023년 1.2%, 2024년 1.1%로 상승했다. 독일은 2020년 0.7%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0.8%로 소폭 올랐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인구 감소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대외 개방, 규제 합리화 등 경제 역동성 강화를 위한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다만 세수 부족, 인구 감소 등으로 당장 재정 여력이 많지 않은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