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혼란 줄이고 정부 정책 지원…밸류업 효과 극대화
정부 주도형 지수ㆍETF 상장 폐지 경험…기대반 우려반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의 후속 조치인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가 예정대로 내달 출시된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한국거래소가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을 바꾸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면서 해당 지수로 구성될 ETF 출시도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ETF는 기존 계획대로 내달 4일 출시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지원을 위해 가능한 조기에 (밸류업 ETF를) 출시하는 게 낫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발표한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을 놓고 논란이 일자, 올해 안에 지수 구성 종목을 리밸런싱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거래소는 주요 자산운용사에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변경이 끝난 후 ETF를 출시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는 시장에 밸류업 ETF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거래소는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자산운용사들의 스케줄을 고려해 예정대로 밸류업 ETF 출시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일정에 맞춰 상품을 준비해 온 데다 상품을 조속히 선보여 자금 유입을 통한 밸류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 것이다.
내달 4일 예정된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 2024’에 맞춰 밸류업 ETF를 선보여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콘퍼런스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증권사, 유관기관, 상장기업, 정부당국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다. 밸류업 프로그램, 한국증시 제도개선, 상장지수상품(ETP) 시장 발전방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및 파생상품시장 등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를 폭넓고 심도 있게 다룬다.
밸류업 ETF는 자산운용사 12곳에서 상품을 준비해 선보일 예정이다. 대다수인 자산운용사 9곳이 패시브 ETF를 출시하고, 3곳은 액티브 ETF를 선보인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밸류업 편입 종목 중 성장성, 주주환원 기반으로 30~40개를 선별한 뒤 향후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은 은행주, 자동차 등을 편입할 계획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지수의 단점을 보완한 액티브 ETF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밸류업 ETF 성과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과거 정부 주도형 지수와 ETF는 상장 폐지 수순을 겪었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의 ‘2025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KRX기후변화솔루션지수’가 출시된 바 있다. 당시 KB·NH아문디 등 6개 자산운용사가 해당 지수를 기초로 한 ETF를 출시했지만, 6개 상품 중 2개가 상장폐지됐고, 나머지 상품의 수익률도 부진하다.
해외 밸류업 ETF도 고전 중이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기업혁신 정책을 펴낸 밸류업의 본산 일본에서도 올해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엔캐리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으로 증시 성과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밸류업 지수인 프라임 150 지수는 닛케이 225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낸다. 거버넌스와 주주환원을 표방한 ETF의 성과도 도쿄증권 주가지수(TOPIX)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중국도 중국판 밸류업인 신국9조 발표에도 증시 부진이 계속되어 오다 최근 중국 정부의 깜짝 부양책 발표로 급등 중이다. 장기적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밸류업보다 부양책의 효과가 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듯 11월에 예정된 코리아 밸류업 ETF의 출시는 국내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긴 여정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지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지수 구성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편입 종목을 다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액티브형 ETF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