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DS부문장 취임 후 처음
이르면 이달 초 인사 및 조직 개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초격차’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 업계 1위 위상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연말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 역시 기술력 회복에 방향성을 둘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은 1일부터 DS 소속 임원들과 차례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1일 DS 부문 경쟁력 회복을 위한 토론회를 시작한 이후 이달 초·중순까지 차례로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각 사업부 주요 임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이 직접 임원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5월 DS부문장 취임 이래 처음이다. 토론회에서 분위기 쇄신 방안 등을 포함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미래 전략과 비전을 심도 있게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는 연말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초 조기 사장단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12월 초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이 이어지자 삼성 안팎에서 빠른 쇄신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4조 원에 못 미치는 3조8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3분기 7조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되는 실적이다.
전 부회장은 1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진행된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성과에 안주해 승부 근성과 절실함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미래보다는 현실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경영진부터 냉철하게 되돌아보겠다”며 “변화 없이는 아무런 혁신도 성장도 만들 수 없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강건한 조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을 메모리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데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련의 실적 부진이 모두 기술력 약화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에서다.
지난달 초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에도 전 부회장은 “많은 분께서 삼성의 위기를 말씀하신다.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며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각 사업부 수장이 동시에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최진혁 미주법인 메모리연구소장 등이 차기 수장으로 거론된다.
사업 전략 역시 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둘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에 관해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최적화된 개선 제품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내 양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큰손인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사)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는데, 포기하지 않고 안정적인 제품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다. HBM4(6세대)에 관해서도 그간 고수하던 턴키(일괄공급) 전략을 수정해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 등과 협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