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골드 두고 거래소 간 엇박자…또 다시 드러난 자율규제 허점

입력 2024-12-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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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사 로고. (제공=닥사)
▲닥사 로고. (제공=닥사)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가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맞춰 공개한 자율규제인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서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 자산을 두고 세 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 무대응, 입금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되며 사실상 개별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24일 업비트는 앞서 10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비트코인골드(BTG)와 다드(DAD)에 대해 각각 거래지원 종료와 유의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7월 초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공개한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에 의한 것이다. 거래지원 모범사례란 닥사 5개 회원사와 15개 코인마켓 거래소에 모두 적용된 자율규제다. 당시 모범사례 공개 이후, 각 거래소들은 최초 6개월 안에 거래지원 중인 모든 코인을 재심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골드와 다드는 업비트에서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비트코인골드는 자체 대응, 다드는 닥사 공동으로 그 세부 절차가 달랐다. 다드의 경우 관련 공지에서 업비트가 “다드(DAD)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에 의하여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고, 13일 코인원에서도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반면, 비트코인골드의 경우 업비트 외에도 빗썸, 코인원에 상장돼 있지만, 유의지정 및 상장폐지 결정은 업비트 단독으로 이뤄졌다. 업비트 공지에서도 닥사 공동 대응에 대한 표현이 없었고, 비트코인골드가 상장된 다른 두 거래소에서는 관련 공지가 올라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코인원의 경우 업비트의 비트코인골드 상장폐지 결정 이후 비트코인골드 순입금 이벤트를 공지했다. 비트코인골드 거래 상당량이 업비트에서 발생하는 만큼, 업비트에서 빠져나올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빗썸의 경우 비트코인골드와 관련한 별다른 공지사항 자체가 없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자율규제인 모범사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채널은 비트코인골드에 대해 ‘닥사 소속 거래소에서 99.8% 거래량이 발생하는 스캠 코인’이라면서 업비트 상장폐지 결정 이후 관련 이벤트를 진행한 코인원을 비판했다. 많은 투자자들 역시 “누구는 상장폐지하고, 누구는 입금 이벤트를 열면 닥사는 왜 존재하느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골드의 전체 거래량은 이날 오후 기준 업비트에서 72%, 빗썸에서 27%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국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우 이미 2022년 비트코인골드를 상폐했고, 네트워크 관련 업그레이드나 기본 소통 창구인 ‘미디움(Medium)’도 없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만, 닥사 측은 이와 관련해 모든 거래지원에 대해 회원사가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닥사 관계자는 “자율규제인 모범지원 사례가 있으나, 각 회원사들이 모범사례를 참고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율규제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자율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측은 가상자산 관련 법과 제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규제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 국회 디지털경제3.0 포럼과 닥사가 공동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서도 자율규제 강화에 대한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김병연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자율규제 기구도 정부에서 세팅해 만들었기 때문에 자율규제가 약하다. 이는 신기한 현상”이라면서 “미국에선 (자율규제가) 자생적으로 생겨 자율규제도 강하고, 정부에서도 이를 인정한다”고 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닥사가 일률적으로 상장과 폐지를 모두 결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도 자율규제와 사업자의 자체 판단 사이 균형점을 잡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닥사 자율규제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것도 맞지만, 강제력을 통해서 사안을 결정하게 될 경우 거래소의 정무적 판단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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