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나쁘지 않다' B급 먹거리 찾고 강달러 피해 최소화할 산지 다각화
원ㆍ달러환율이 26일 장중 1460원대로 치솟는 등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 먹거리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이상기후 여파로 작황 부진에 따른 원재료 수급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비상계엄발 국내 정세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이슈가 환율을 끌어올려 수입단가를 밀어올릴 여지가 커진 것이다. 유래없는 악조건 속에서 유통가는 먹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이날 오전 장중 1465원대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6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처음이다. 장중 역대급 환율은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3월 20일 기록한 1472원 수준이다. 아직 1470원대를 넘어서지 않았으나 향후 1500원대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환율 여파가 수입재료 가격 상승과 생산비용 증가에 영향을 미쳐 먹거리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생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식품산업 60∼70%, 외식산업 30~40%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체의 약 70% 상당이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빵과 면류 주재료인 밀가루의 대부분이 수입돼 국내에 들어오고 있고 한국인의 필수 음료로 자리잡은 커피의 원두,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등이 주수입 원재료로 꼽힌다.
기업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식품물가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환율 이슈가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신선식품 가격에도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B급 과일'을 유통하고 수입산지를 다변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먹거리 비용부담을 낮추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날 ‘작아도 맛있는 수입 과일’ 시리즈 중 첫 번째로 작아도 맛있는 체리와 바나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과실이 작은 상품으로 구성하는 대신 판매가격은 20% 이상 낮춘 물가안정 상품으로 향후 추가 상품 출시도 예고됐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도 지난달 개최한 자사 대표 할인행사인 ‘쓱(SSG)데이’ 당시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을 전면에 내세워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마켓컬리와 농협 등도 저마다 못난이 먹거리를 취급하는 ‘제각각’ 및 '투박해도 맛있다!' 시리즈를 내놓고 먹거리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들은 이밖에 산지 다변화에도 골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고환율 속 미국산 냉장 소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캐나다ㆍ뉴질랜드산 소고기를 판매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냉장 소고기의 경우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냉동 소고기에 비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이라며 "산지 작황을 면밀히 파악해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경감시킬 다양한 상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