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 알리바바 타고 전 세계 판매 활로 뚫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동맹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그룹의 자본과 기술력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알리바바는 신세계를 발판 삼아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공산이다.
26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양 그룹은 내년 알리바바인터내셔널(AIDC)과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에 대한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일하며, 조인트벤처(JV) 형태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출자 해 참여한다.
이번 협력에 따라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는 내년 설립 예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편입 이후에도 G마켓과 알리는 현재처럼 각각 독립적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합작법인 설립 후 신세계그룹과 AIDC는 추가 투자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기업공개(IPO) 계획도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는 게 신세계그룹의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IPO 일정은 현재로선 정해진 바 없고 JV 설립이 먼저”라면서 “합작법인에 대한 정확한 기업 가치, 투자 규모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 잡은 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를 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과 G마켓의 국내 경쟁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특히 G마켓은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400억원을 투입해 G마켓을 인수했지만, G마켓은 2022∼2023년 연이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의 고도화한 IT 기술을 G마켓에 이식, 글로벌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또 알리바바의 최대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G마켓 셀러(판매자)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G마켓과 거래 중인 셀러는 약 60만 명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K브랜드 우수 상품을 알리 등의 플랫폼에 태워 중국,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200여 개 국가로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가품 논란을 빚었던 알리도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지배력을 본격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그동안 중국 셀러 등을 통해 취급했던 상품을 G마켓에서 파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취약점으로 꼽혔던 물류 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G마켓은 동탄에 익일합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알리는 한국 사업을 위해 여러 물류센터를 물색해왔다.
일각에서는 생존 기로에 선 G마켓과 한국 시장에 안착하려는 알리가 국내 최대 이커머스인 쿠팡에 맞서, 연대 전선을 짰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정용진 회장이 리스크가 다소 큰 중국 자본과 손 잡은 것을 두고, 현재 계속 커지는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알리는 중국 상품을 한국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내보내려고 G마켓의 물류망을 활용할 것”이라면서 “신세계도 알리바바의 자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G마켓에 대한 엑시트(자본 철수) 전략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