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인공지능 등 변수 반영
글로벌 스탠더드 지표 개발 기회
우리는 매일 경제성장률, 고용률과 같은 다양한 지표로 사회와 경제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이 기후위기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총생산(GDP)을 중심으로 한 성장 지표는 경제 성장이 사회 발전이라는 착시를 만들었다. 그로 인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환경 파괴, 불평등 심화, 정신적 건강 악화와 같은 문제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경제 성장을 위해 공장과 인프라를 확장하면 GDP는 크게 증가하지만, 그 이면에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한 피해나 삶의 질의 하락과 같은 부분이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낙후된 지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환경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새로운 지표가 정책에 잘 반영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도 예외가 아니어서 낡은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지식의 양과 암기력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아실현을 통한 창의적 가치 창출이라는 현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는 암기와 단순 지적 능력보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력 능력과 같은 인간 고유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지만, 교육 지표에 이런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지금 당장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인재상에 맞는 지표개발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지표 개선이 더딘 이유는 사회적 관성 때문이다. 모든 제도가 익숙해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혁신은 항상 기존 패러다임이 붕괴되는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는 그린전환(GX)과 디지털전환(DX)이라는 두 가지 토네이도급 변화로 전 인류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표를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계기판이 고장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따라서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지표를 포함한 생태계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마도 절망적인 상황에 도달하면 그때 비로소 새로운 시스템을 갈망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앞선 자들이 선점한 기회를 쳐다보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하고 준비해야 한다. 앞서가는 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 빠르게 새로운 지표, 제도, 시스템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 인류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상식을 선점하기 위한 도전이 우리 사회에서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미 K-Pop, K-Food 등 다양한 게임의 룰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이제 새로운 미래의 K-Standard에 도전해야 할 때다.
얼마 전 제주도 오영훈 도지사가 23개 기후테크 기업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룰과 지표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모델이 되는 생태계를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가 이끌면, 미래가 된다”라는 슬로건처럼 도발적인 정책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아직 시도되지 않은 게임의 룰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제주도의 도전은 맹목적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종하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된다. 이러한 도전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쟁력의 본질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낡은 지표에 매달려 불완전한 현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즉시하고 미래의 수요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서, 정책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과감히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이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앞서 멀리 앞서 나간 자들 뒤에서 어렵게 따라기는 힘겨운 레이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하지만 새로운 룰을 만들어 세상을 리드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음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