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절감ㆍ기존 대비 비용 10분의 1
AI 스포츠 플랫폼 생태계 구축 목표
조준환 KT스카이라이프 신사업TF장은 최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이뤄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TF장은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많은 사람이 보는 특별한 경기 이벤트를 중계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동호회나 취미 활동에 기꺼이 돈을 내려는 로열티(royalty) 높은 사람들을 타겟팅하고자 한다”고 했다.
◇AI 카메라 국내 독점 영업권 보유 = 올해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최초로 AI 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스포츠는 AI 기술을 활용해 경기를 중계하고 스포츠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사업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스포츠 중계 솔루션 전문기업 ‘호각(HOGAK)’에 68억 원을 투자해 지분 23.85%를 취득했다. 호각은 이스라엘 픽셀롯(Pixellot) AI 카메라의 국내 독점 영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조 TF장은 “AI 카메라는 조기 축구 경기를 하더라도 프로축구의 선수처럼 영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99% 중계되지 않았던 아마추어 경기도 이 사업으로 중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이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AI라는 신기술이 세상에 등장했지만, AI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다들 없었다”며 “지금은 AI의 사업화가 시작되는 단계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아직은 스포츠까지 전파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KT스카이라이프는 깃발을 들고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는 것”이라며 “AI 카메라를 경기장에 먼저 설치하게 되면 여기에 저장, 학습된 데이터는 다 저희 기업 소유가 된다. 이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딥러닝)해 성능을 고도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KT스카이라이프는 내부적으로 사내 신성장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산하에 AI 스포츠팀을 꾸렸다. 자회사인 HCN에도 AI 스포츠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주목하는 것은 AI 스포츠 시장이 ‘롱테일’이라는 것이다. 롱테일 시장이란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서 소규모 수요를 지닌 제품 및 서비스가 다양하게 모여 시장 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의미한다.
조 TF장은 “AI 스포츠는 롱테일 시장”이라며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 아마존(Amazon)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원래 오프라인 서점에선 모든 책을 살 수 없었다”며 “하지만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온라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책을 살 수 있게끔 인터넷 서점을 만들었다. 이게 오늘날 아마존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TF장은 “아마존의 희귀 서적이 주요 수익모델(BM)이 됐던 것처럼, 저희도 소수 스포츠 종목을 주요 BM으로 삼을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AI 스포츠 신사업으로 유료방송 업계 전반에 드리운 침체기를 걷어낸다는 전략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인한 코드커팅(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는 현상)이 국내 유료방송업계에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도 마찬가지다. KT스카이라이프는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스카이라이프·HCN·스카이라이프TV) 영업이익 18억47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2.5% 줄어든 수준이다. 전체 가입자도 57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2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0.7% 감소했다.
조 TF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계속 늘어나지도 않으면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발 코드 커팅도 일어나고 있다”며 “유료 방송업계가 과거엔 계속 성장하는 시장이었다가 지금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 생활 체육인을 대상으로 수익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조 TF장은 “그래서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을 먼저 공략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방자치단체, 학교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나중에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들어오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아직 이게 어떤 서비스인지 모르다는 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취약 지역에도 방송 제공 가능 = KT스카이라이프는 AI 스포츠 분야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조 TF장은 “스포츠 중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 역량이 필요하고 OTT 앱으로도 (송출)하기 위해선 인터넷이 있어야 하고, 클라우드도 이용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게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홍일 AI 스포츠팀장도 ”유료방송업계는 지역의 케이블TV,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 그리고 저희(위성방송)로 나뉘는데, 저희는 이들(케이블TV와 IPTV)의 중간에 있다”며 “KT스카이라이프는 전국 서비스를 커버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취약한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방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스포츠는 기존 중계 대비 비용을 절감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조 TF장은 “야구 중계를 하려면 중계차도 와야 하고 카메라맨도 약 10명 이상 필요하고 캐스트도 붙어야 하고, 그래서 한 번 나갈 때마다 몇천만 원 씩 깨진다”며 “근데 AI 카메라를 고정용으로 설치해놓으면 사람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비용 절감은) 거의 10분의 1 정도 된다”며 “AI가 알아서 콘텐츠를 편집해서 올리기 때문에 시간적인 측면도 개선된다”고 부연했다.
◇국민 스포츠 생활화 '공익성' 강조 = 장기적으로 KT스카이라이프는 ‘AI 스포츠 토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B2B 시장에 AI 카메라 등 인프라를 구축한 후, 여러 플랫폼을 통해 B2C 시장의 수요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도 “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의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스포츠 중계 방식이 성장하고 있는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스카이라이프는 ‘AI 방송 플랫폼’으로 진화시켜 미디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TF장은 “생활 라이프 플랫폼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침에 호각 앱을 키고 스포츠 경기장을 예약하고, 접목된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내 건강을 분석하고, AI가 식단을 제안하는 이런 부분이 하나의 스포츠 라이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KT스카이라이프는 AI 스포츠 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조 TF장은 “위성 방송은 공적인 책무다. 지금도 도서 산간처럼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에서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AI 스포츠 사업도 그 취지가 굉장히 건전하다. 주목받지 못하던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고, 국민의 스포츠를 생활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홍일 AI 스포츠팀장도 “AI를 보는 시각 중에선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등 인간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며 “그래서 KT스카이라이프는 사람이 하기는 너무 힘든 영역을 AI로 대체한다. 그래서 ‘AI 스포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