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전광판 봐야죠"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4번째 기자회견이 열린 7일, 한 정치평론가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앞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주변을 보면서 불통의 이미지를 벗고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회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꽤나 부정적이다. 리얼미터가 7일~8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 기자회견 공감 여부' 조사에 따르면 '공감한다'는 의견은 27.3%에 그쳤다. 10명 중 7명은 '공감하지 않는다(69.8%)'고 했다. 공감하지 않는 이들 중 '전혀 공감하지 않음'을 택한 응답자들이 60.8%로 '별로 공감하지 않음'(9.0%)을 압도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과 부정 여론의 지역별 비중을 들여다보면 광주·전라(공감 14.8% vs 비공감 84.1%), 대전·충청·세종(19.7% vs 80.3%)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크게 앞섰다. 수도권과 부울경은 △인천·경기(24.0% vs 73.3%) △서울(25.5% vs 69.4%) △부산·울산·경남(33.3% vs 64.0%)으로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보수 안방인 대구·경북(45.6% vs 52.2%)에선 비공감 의견이 공감 의견을 넘어섰다. 특히 '중도' 성향의 응답자 비중을 보면 공감이 21.8%, 비공감은 76.6%에 달했다. '중도층 민심'의 향방이 정치 행위의 핵심 중 하나라면, 이번 기자회견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은 왜 실망했을까. 여당과 참모들은 애초 이달 말께 예정됐던 회견 일정을 갑작스럽게 앞당기며 난기류 돌파에 나섰다. 윤 대통령도 대국민담화 시작 3분 만에 국민을 향해 허리 굽혀 사과하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에 걱정을 끼친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올해 초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박절하지 못했다"는 표현한 것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메시지다.
그러나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사과 자체가 만시지탄인 측면을 감안하면 그 사과에 대한 명쾌함이 국민이 원하는 감정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회견을 통해 나온 화법 등 국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부정 요인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여사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할 땐 이전 5월, 8월 열렸던 기자회견보다 더 거친 어휘들이 쏟아졌다. 시작은 사과였지만 회견 뒤로 갈수록, 윤 대통령이 말을 하면 할수록 앞의 사과를 잊게 만들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나"라며 그간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났던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지율 신경써서 봐야죠"라고 말했다. 그 전에 만난 또다른 관계자도 "어떻게 하면 지지율이 오를까"라고 물었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전광판을 안 본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배치된다.
이 쯤되면 인기에 목이 말라야 하고, 지지율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지지율에 쉽게 흔들리고, 인기에 연연한 포퓰리즘 정책이 나오는 것도 위험하나 이를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몫으로만 남겨두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인기는 개혁 성공 여부와도 직결된다.
윤 대통령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정책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임기 초 내세웠던 이정표를 다시 봐야 한다. 거대 야당의 파상공세를 견뎌야 한다면 당정 간 화합과 포용으로 불통의 이미지도 벗어야 한다. 전광판도 봐야 한다. 대통령의 위기는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