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상경 투자자 매수 비중과 법인 매수량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모두 연내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9월 이후 강화된 대출 규제와 서울 집값 단기 급등 이후 추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서울 부동산 투자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법인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법인 매수량은 885건으로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법인은 6월 1335건을 사들이면서 연초 이후 매수세 우상향 기조를 이어갔지만, 7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매수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거래량은 지난해 4월(878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서울 집값 내림세가 극심했던 시기의 법인 매수 규모만큼 줄었다.
일반적으로 법인의 부동산 매수는 투자 목적으로 시행된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 법인 매수량이 늘어난다. 바꿔 말하면 법인 매수세 축소는 부동산 가격 하락 전망이 더 짙을 때 늘어나는 셈이다.
법인 매수세 감소와 함께 지방 투자자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세도 뚝 끊겼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중 지방 투자자 비중은 10월 23.97%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경 투자자 비중의 기존 최저치는 24.48%였지만 2달 만에 0.51%포인트(p) 더 내렸다. 올해 초까지 서울 내 지방 투자자 비중은 평균 26% 안팎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대출 규제 등이 시작되자 7월 이후 24%대에 머물렀고 지난달에는 23% 수준까지 하락했다.
지방 투자자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 비중 역시 법인 매수세와 마찬가지로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클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지방 투자자가 줄어든 것 또한 서울의 추가 집값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외지인의 투자가 멈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은 그동안 주택 미분양도 적고, 입주 물량도 적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더 컸기 때문에 지방 투자 수요가 몰렸다”며 “하지만 하반기 들어 서울 집값이 한 차례 급등했고, 대출 규제도 9월을 기점으로 심해지면서 추가 상승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니까 다들 발을 빼는 상황이다. 법인 매수세가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4주 연속 줄었고, 매수 심리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1%p 내린 0.06%를 기록했다. 또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0월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7.7로 7월 140.6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부동산 매수 관망세가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정부가 가계대출 위험 한도 관리 등을 시행하자 시중은행들은 추가 대출보다 연체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이 되면 대출 한도 제한 없이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할 것”이라며 “다음 달까지는 이런 조정 국면이 이어지다가 1월부터는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반등세가 포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