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 프로그램도 브레이크
한국 브랜드 가치 훼손…외국인 투자심리 냉각
‘선진국 밸류에이션’ 또 멀어져…단기 회복 난망
계엄령 사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6시간여의 긴박한 비상계엄 선포, 해제가 고질적 국내 정치 불안정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 빠진 2464.00에 마감했다. 코스피 약세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날만 4082억 원어치를 팔며 변동성 확대를 저가 매수 기회로 여겨 순매수한 개인(3341억 원), 기관(235억 원)과 정반대 행보를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는 전날과 이날에 걸쳐 계엄령이 발동, 철회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훼손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후진적 정치 구조와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위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빌미를 제공하는 ‘양대 산맥’으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령 사태가 한국 시장을 향한 불신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연초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밸류업 프로그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유관기관 등은 국내 증시 할인을 해소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며 상장사 밸류업 공시 촉진, 밸류업지수 발표 등을 골자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 자본시장 활성화 전략으로 내세운 밸류업 프로그램이 계엄령 여파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문제는 ‘코리아 밸류업’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건”이라며 “한국 브랜드 가치를 거의 박살 내다시피 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여부를 가를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 등 주도주가 힘을 잃으며 상승 동력이 희미해졌다. 외국인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한국이 정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구심은 외국인 투자심리를 단기간 내 회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라며 “계엄령으로 외국인들로서는 ‘역시 한국은 아직 신흥국 시장’이라는 인식이 한층 견고해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