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한 달 새 2배 이상 증가하며 연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한 가운데 거래마저 쪼그라들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꺾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통산 부동산 증여는 가격 하락기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8일 한국부동산원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 현황’ 통계 분석 결과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000건으로 전월보다 548건(121%) 증가했다. 10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연내 최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상반기 집값 상승기에는 주춤했다가 3분기 이후 늘었다. 1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703건이었지만 4월에는 326건, 6월에는 238건까지 감소했다. 이 기간 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4월 0.13% 상승 반전한 뒤 5월 0.20%, 6월 0.56%, 7월 1.19%, 8월 1.27%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 반등 시기에 맞춰 증여 건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반면 3분기 들어선 정부의 대출 규제와 정책 대출 축소 움직임에 아파트값 상승 폭이 둔화했다. 9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79%로 1% 미만으로 낮아졌고 10월은 0.43%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량도 대폭 줄어 국토교통부 통계 기준으로 10월 매매량은 4000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9월 4951건 대비 19.2% 감소한 수준이다. 7월 거래량 9518건과 10월 거래량을 비교하면 약 58% 급감했다.
이렇듯 부동산 증여는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 증가한다. 집값이 하락하면 과세 대상 금액인 과세표준이 줄어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집주인은 ‘팔아서 손해를 보느니 물려주자’라는 생각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여 건수 증가는 앞으로 아파트값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강할 때 늘어나는 만큼 최근 증여 증가세는 다주택자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부동산 증여가 늘어나는 시기는 집값 조정기로 본다”며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서울에선 증여세 부담이 덜한 외곽지역에서도 증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원구에선 9월 증여 건수는 0건이었지만 10월에는 18건이 이뤄졌다. 은평구에선 같은 기간 6건에서 24건으로 4배 늘었다. 반면 마포구는 9월 20건에서 10월 10건으로 줄었고, 용산구는 이 기간 4건에서 0건으로 쪼그라드는 등 25개 자치구별로 증여 건수는 차이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가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현재 아파트값 상승 폭 둔화가 여전하고, 국내 정세 불안이 지속 중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대출 규제 완화와 추가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 언제든 서울 아파트값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언제든 확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과 같은 조정기가 길어지면 증여 건수가 늘겠지만 조정기를 벗어나 상승 흐름을 타면 증여 건수는 바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