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尹 계엄에 ‘침묵’ 바이든·트럼프의 미스터리

입력 2024-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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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비상계엄 선포와 더불어 수수께끼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하기까지 과정에서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모두 기이할 정도로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다.

CNN방송이 한국시간으로 3일 밤부터 4일에 걸쳐 속보를 쏟아낼 때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꽤 미친 짓(pretty insane)’이라는 언급이다. 문제는 이 단어가 묘사하는 사람이 윤 대통령이 아니라 바이든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CNN은 한국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외교정책 분야에서 일하는 한 고위 관리가 “바이든의 부재는 꽤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상투적이지만 미국 정부 입장을 전달하려고 애쓰는 상황 속에서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이던 바이든은 첫 반응으로 “방금 브리핑을 받았다”는 발언만 내놓았다.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인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더 신기한 것은 트럼프다. 누구보다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인데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관련 글을 짤막하게라도 남기면 전 세계 언론매체가 앞다퉈 보도할 것이 뻔한 데도 말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이상한 침묵을 해석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둘 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유달리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눈에 띈다.

전 세계 정부와 언론매체,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이스라엘까지 한국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는데 왜 바이든은 “걱정하고 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와 같은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이것은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좌절과 실망감, 분노를 나타낸 것은 아닐까. 바이든은 자신의 주요성과 중 하나로 한미일 3국 안보협력 강화를 꼽아왔다. 탄탄한 민주주의 국가인 세 나라가 서로 굳게 협력해 중국에 맞서는 것을 내세웠는데 윤 대통령이 계엄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면서 바이든의 업적 중 하나를 없애버린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국 정부에는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사고를 쳤다 하니 더 열 받을 수밖에 없다.

걱정되는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 ‘내정간섭을 우려해서 언급을 꺼린다’ 등의 분석이 나오지만, 이렇게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 대해서 조금의 애정도 없다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트럼프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으로 한국을 어떻게 요리할지 벼르기만 한다면 과연 우리가 협상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 윤 대통령에게 더 화가 나는 것은 계엄을 선포한 시점도 아주 안 좋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취임식이 1개월 여 밖에 안 남은 지금 다른 나라 정상들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빨리 트럼프와 만나 대화하고 협상하려고 안달이 났는데 우리의 대통령은 오히려 트럼프와 회동할 일말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차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시기에 계엄을 선포하는 엄청난 외교 결례를 저질렀는데 이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의 기미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경제 지위, 산업역량, 지정학적 위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해 세계 많은 나라가 여전히 우리의 좋은 파트너가 되려 한다는 점이다. 엉킨 실타래도 조금씩 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을 보듯이 지금 너무 절망하지 말고 다 함께 해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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