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시도 다섯번 만에 인수 후보를 만난 MG손해보험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선뜻 나선 데다 예금보험공사의 지원까지 받으면, 부실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우량한 계약을 중심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의 손실과 고용 승계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 등은 해결해야 될 과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전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했다. 앞서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되고 네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MG손보의 열악한 경영 상황이 매각의 걸림돌이었다.
MG손보는 3분기 누적 27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9월 말 기준 자본이 -184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지급여력(K-ICS) 비율도 금융당국 권고 기준에 현저히 못 미친다. K-ICS 비율은 44.42%다. 금융당국이 새로운 회계제도 연착륙을 위해 마련해준 경과조치가 없었다면 36.53%에 불과했다. 이 지표는 소비자가 계약을 한꺼번에 해지했을 경우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는 수치로, 의무적으로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형태로 인수를 진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부분이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P&A 방식이란 자산은 매입하고 부채는 떠안는 것으로,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 선별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M&A와 다르다. 부실 자산이나 후순위채는 가져가지 않고 인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는 추후 세부 실사를 통해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MG손보의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예보는 정상화를 위해 인수자에게 자금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시장은 지원 규모를 5000억 원에서 7000억 원가량으로 예측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손해보험업계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보의 지원금까지 더해지면 MG손보의 사업 안정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대주단의 손실 우려와 고용을 둘러싼 과제들이 남아있다. P&A 방식으로 진행되면 부실자산은 MG손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와 인수금융에 참여한 금융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JC파트너스는 MG손보를 인수할 당시 조성한 1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에는 우리은행, 신한캐피탈, 애큐온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MG손보에 소속된 직원들의 불안감도 문제다. P&A 방식은 고용 승계를 보장하지 않아서다. 그간 집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하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전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절차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메리츠화재와 예보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MG손보의 계약은 여러 보험사로 이관되고 청산할 수도 있다. 2003년 파산한 리젠트화재의 경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계약을 5개 손해보험사가 각각 가져갔다. 이때 오히려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악영향이 있었다. 또 계약 조건이 변경되는 등 보험 계약자의 피해도 발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리젠트화재의 경우는 소비자 계약을 지키기 위해 했던 어쩔 수 없었던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고객과 직원을 위한 방향으로 합의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