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접수되면 바로 만드는 구조도 문제"
"제도적 기반 간소화·전문가 참여 확대 필요"
중소기업 기술 보호는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중요한 과제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기술 분쟁에서 비용과 시간의 부담, 법적 모호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로는 주로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이 활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법률들이 기술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제도적 장치임에도, 실제로는 소송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시간적·금전적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율촌 소속 기술 관련 전문가 A 변호사는 “사실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제도적인 장치는 마련돼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이 법들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비밀 관리성’을 요구하지만, 어디까지를 비밀로 인정할 것인지가, 또 어디까지가 아이디어를 가져왔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된다”며 “이처럼 법이 모호하면 소송이 길어지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 변호사는 대기업과의 기술 분쟁에서 중소기업이 불리한 이유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과의 소송은 중소기업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예를 들어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 탈취를 주장하려면 민사 소송이나 형사 고발을 통해 권리를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소송 비용이 발생한다”며 “게다가 소송 기간도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특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이해관계자 간 의견 수렴을 수십 차례 진행한 후 법안을 만든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민원이 접수되면 즉각적으로 법을 제정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될지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성과 신속성을 갖춘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A 변호사는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적 기반의 간소화와 전문가의 참여 확대”라며 “분쟁 발생 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중요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관이 존재하지만, 절차의 복잡성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조정위원회의 전문성과 신뢰를 높이고, 사전에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법적 명확성을 높이고 추상적 표현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A 변호사는 “중소기업 기술 보호는 법적 장치뿐만 아니라, 이를 실효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전문 인력의 역할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법의 추상성을 줄이고, 구체적인 보호 조치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혁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