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한국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쓰기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 작가는 "질문이라는 것은 아직 진행형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그런 상태로 가볼 수 있는 끝까지 가보고, 그 질문 끝에 다다르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부연했다.
노벨문학상 관련 각종 기념사업과 문학관 설립 등에 관한 질문에 한 작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좋은 건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것"이라며 "어떤 의미를 어떤 공간에 만듦으로써 사람들에게 닿길 원하는 건 가시적인 방법인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 놨으니까 그냥 그것을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발표하는 첫 작품은 '눈 3부작'의 마지막 단편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작가는 2015년에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에 '작별'이라는 단편을 발표한 바 있다. 원래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세 번째 작품으로 생각했지만, 집필 과정에서 결과 분량이 많이 달라져 '눈 3부작'에 포함하지 못했다. 이번 신작은 이 두 단편을 잇는 작품이다.
한 작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눈 3부작'이 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원래 계획은 올해 겨울까지 쓰는 거였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강연문도 써야 했고,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게 많아서 늦어지고 있다"라며 "이번 스톡홀름 일정이 다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쓰려고 했던 '눈 3부작'을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광주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라며 "이 책을 쓸 때, 아주 많은 동기가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광주를 이해하기 위한 진입로 같은 것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노벨 주간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정으로 다문화 학교와 스웨덴 동화작가 고(故)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를 찾은 일을 꼽았다.
그는 "10~15살의 학생들이 노래를 불러주고, 자신들이 쓴 시도 낭독해줬다. 내가 쓴 소설을 함께 읽은 다음에 토론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등 여러 가지 재밌는 일들을 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특별히 한 작가는 자신의 소설인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 시를 쓴 한 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 작가는 "이 소설이 '채식주의자'의 시작이 된 소설인데, 정말로 어떤 여자가 식물이 된 내용이다. 어떤 아이가 내가 만약에 토마토가 된다면, 나는 맛이 없을 테니까 먹지 말아 달라는 시를 썼는데 재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에 하나"라고 전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생가에 대해서는 "증손자이신 분이 직접 안내를 해줬다. 방마다 보여주며 집을 설명해준 게 기억에 남는다. 참 소박한 삶을 사셨더라"라고 말했다.
한국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한 작가는 "5일에 출국했다. 그때까지 상황은 뉴스로 보기도 했다. 지금은 그간에 일이 많아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현재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파악이 안 된 상태다. 돌아가서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를 끝으로 한강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된다. 이날 낭독회에서 한강은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진행한다. 아울러 현지 배우들이 한강의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