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일하고 설 일주일 쉰다?…호불호 갈린 중기의 구정연휴 공지 [해시태그]

입력 2024-12-1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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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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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연휴를 하기와 같이 조정하오니 업무에 차질 없도록 협조 바랍니다.

한 중소기업의 설 연휴 공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됐습니다. 아직 12월인 현재 내년 1월 말 설 연휴 공지가 벌써 게재된 사실도 놀라웠는데요. 그 이유가 있었죠.

돌아오는 2025년 설 연휴가 어쩜 이렇게 피해 갔나 싶은 기가 막힌 자리 선정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바로 설 당일이 수요일, 앞뒤 연휴는 화요일과 목요일로 일주일 중 한중간을 떡하니 차지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주말과 붙어서 최장 5일, 못해도 4일은 누렸던 연휴가 딱 3일이란 작고 소중한 날짜가 돼버렸죠.

징검다리 연차 혹은 샌드위치 연차(휴일과 휴일 사이의 평일을 연차 사용일로 정하는 것)가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기에 설 연휴를 두고 커뮤니티 등에서 ‘샌드위치 연차 쓰는 방법’ 등의 이야기가 나오곤 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해당 기업의 구정 연휴 공지가 논쟁거리가 된 거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바로 설 연휴인 내년 1월 28일부터 30일의 앞뒤 날짜인 1월 27일과 31일 업무를 각각 신정인 1월 1일과 18일 근무로 대체한다는 건데요. 휴일인 신정과 토요일에 일하는 대신 설 연휴를 주말 포함 25일부터 2월 2일까지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는 공지였죠.

해당 공지는 사진을 통해 ‘호불호 갈린 중소의 구정연휴 공지’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갔는데요.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샌드위치 연차 사용에 부담을 느끼던 직장인들은 두 팔 벌려 “이건 좋소가 아닌 ‘갓소기업’”이라는 호평을 내놨는데요. “완전 혹하는데?”, “9일 연휴면 당연히 한다”, “애매하게 쉴 바에 푹 쉬게 하겠다”, “사장님께 충성”, “중소기업은 이런 게 복지다”, “누구는 연차 쓰고 누구는 독박쓰는 것보다 너무 좋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죠. 어차피 연휴 전후로 하루씩 있는 근무일은 평소만큼 근태 환경이 나오지 않을 거라며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였습니다. 휴일에 근무하는 것은 좀 버겁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 충분히 견딜만한 조처라는 의견들이었죠.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건 아예 연차 사용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거다”라는 의견들이었는데요. 충분히 휴일을 쉬고도 징검다리 연휴에는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아예 막았다는 것이죠. 또 “뭔가 이상하다. 원래 주중 근무 계속하는 곳일까?”, “1월 1일도 쉬고 싶다고요”, “공휴일과 휴일에 일하는 건 수당을 더 쳐줘야 하는 거다”라고 불호를 외쳤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당 게시글에 이처럼 많은 이들이 호와 불호 의견을 표출한 것은 그만큼 설 연휴 연차 사용과 샌드위치 연차 사용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샌드위치 연차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했죠.

1월이라 충분한 연차가 있음에도 불구, 회사에 눈치가 보인다는 목소리입니다. 앞서 기업의 연차 사용 공지에 ‘찬성’을 외친 이들은 이 상황에 해당하죠. “중소기업 중에 연차 제대로 쓰는 회사가 드물다”라는 댓글에 공감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국 19세 이상 노동자 8209명을 대상으로 최근 발표한 ‘2024 전국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해당 자료에는 연차 사용에 관한 이야기가 당연히 포함됐죠. 지난해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한 노동자는 21.5%에 불과했는데요. 10% 미만 사용한 응답자도 19.9%에 달했습니다.

거기다 미사용 연차 수당 지급도 열악했는데요. 연차 수당을 받았다는 노동자 역시 45.5%에 그쳤는데요. 이들은 직장에서 불만족한 부분에 ‘임금 부족’에 이어 ‘사내 복리후생 취약’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11월에도 비슷한 결과가 공개됐죠. 지난달 12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20~39세 남녀 1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직장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70.8%(복수 응답)로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직장생활에 만족할수록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놨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에 진행되는 ‘연차사용촉진제도’ 또한 극과 극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연차사용촉진제도’란 직장인들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휴가 사용 기간이 만료되기 전 근로자들에게 연차 휴가를 사용하도록 미리 알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2003년 휴가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연말이 되면 여행사들이 ‘겨울 여행지’, ‘연말 여행지’, ‘단거리 해외여행지’ 등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지난달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외여행객은 652만116명으로, 3분기(626만4250명) 대비 4% 증가했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7월(215만3857명)보다 12월(241만5767명)이 12% 더 많았죠. 그만큼 자녀의 겨울방학 시즌 등에 맞춰 남은 연차를 소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겁니다. 남은 연차 털어 겨울 여행을 즐기는 거죠.

하지만 이 또한 즐기지 못한 이들도 많은데요. 이렇게 눈치 보고 못 쓸 바에야 돈으로라도 다 돌려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죠. 그저 내 연차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은 또 작은 기업에 속한 노동자의 비애이기도 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매출 상위 50대 기업에서 응답 기업 31곳의 90.3%는 “미사용 연차휴가를 금전으로 보상한다”라고 밝혔기 때문이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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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는 연차사용 후기는 올 설에도 이어질 전망인데요. 위 사례같이 ‘당겨 쓰는 설 연휴’를 제공할 회사가 얼마나 될지, 또 샌드위치 연차 사용에 눈치를 보지 않을 곳이 얼마나 될지… 설 연휴 ‘연차 이슈’는 벌써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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