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재판관에 이미선‧정형식 지정
주심 재판관은 비공개…TF도 구성
‘12·3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27일 변론준비 기일을 시작으로 본격 진행된다. 헌재는 사건번호 ‘2024헌나8’인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하기로 했다.
헌재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별관 컨퍼런스 룸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첫 변론준비 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준비 기일은 변론에 앞서 양측을 불러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준비 기일도 일반에 공개되지만 당사자의 출석 의무는 없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변론준비 기일로 지정된 이날 법정 출석이 강제되지는 않는다.
양측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변론 기일은 준비 기일을 마친 후 별도 지정한다.
증거조사 등을 관장하는 수명 재판관에는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이 지정됐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변론준비 기일에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록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 공보관은 또 “이 사건을 탄핵심판 사건 중 최우선으로 심리한다”고 밝혔다. 현재 헌재로 넘어온 탄핵심판은 윤 대통령 사건을 포함해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조지호 경찰청장 등 총 8건이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준비 기일과 수명 재판관을 지정하면서 본격적인 심판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이번 탄핵 심판에서는 전자 추첨 방식으로 정해지는 주심 재판관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주심을 강일원 재판관으로 발표한 바 있다. 헌재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 재판의 주심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추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의 주심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주심 비공개에 대해 “재판관 회의를 거쳐 탄핵 사건 4건을 주심으로 맡고 있는 한 분의 재판관을 배제한 상태에서 무작위 전자 배당을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문 헌재소장 대행은 “주심 비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 결정문에 주심을 표시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서 작성방식에 관한 내규’에 따른 조치였고 이 사건에서 예외를 인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변론준비 기일은 수명 재판관 2명이 공동으로 관여하고, 변론 기일은 재판장 주재 하에 재판관 전원의 평의에 따라 진행되므로 주심 재판관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헌재는 선임헌법연구관을 팀장으로 하고 헌법연구관 10여 명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 구성까지 마쳤다. TF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 재판관들에게 판단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공보관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에 대한 접수 통지와 답변서 요청은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황에 대해서는 “6명 체제로 심리와 변론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에 ‘윤 대통령이 18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대통령경호처가 수령을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역시 같은 날 윤 대통령에게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앞서 11일 특수본은 윤 대통령에게 15일 오전 10시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1차 출석 요구에 변호사 선임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일경 기자 ekpark@·윤희성 기자 yoonheesung@